충북도청·경찰 등 42명 무더기 기소…부실공사 현장소장 법정최고형
단체장 중대시민재해 수사 현재진행형…적용 여부 두고 이견

14명의 목숨을 빼앗은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는 15일로 1년이 된다.

관계 당국은 손 쓸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고 역시 여러 단계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드러났다.

검찰은 참사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하천 제방 공사 담당자들과 부실 대응으로 화를 키운 공직자 등 모두 42명을 법정에 세웠다.

다만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등 최고 행정책임자에 대한 수사는 1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최고책임자들을 처벌하라는 유족의 요구에 검찰이 어떻게 부응할지 주목된다.

[오송참사 1년] ②참사 책임 어디까지…중대재해 적용이 관건
◇재판대에 선 참사 책임자들…법적 다툼 예고
국무조정실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참사 발생 직후 재해 및 안전사고 수사 경험을 갖춘 검사들로 수사본부를 꾸려 책임자 규명에 나섰다.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됐는데 시공·감리 업체가 부실하게 제방을 쌓아 올려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고, 도청과 시청, 경찰과 소방 등의 안일한 대처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먼저 검찰은 참사 발생 159일 만에 부실 제방 공사 책임자인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을 구속기소 했다.

현장소장은 주어진 조건과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제방을 쌓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업무상과실치사·증거위조교사·사문서위조 혐의를 경합한 법정 최고형인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잘못을 대체로 인정한 감리단장에게는 징역 6년 형이 내려졌다.

이후 검찰은 하천 수위가 지하차도 통제 기준에 도달했음에도 차량 통제를 하지 않거나 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있었는데도 미흡하게 대처하는 등 사고 당시 부실 대응한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충북도청, 청주시청,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소방관 등 총 40명을 차례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는 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답변자료 등 공문서 작성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혐의를 인정한 소방 당국과 달리 경찰은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업무를 다했고 공문서에 적힌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른 것은 행정적 실수라고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나머지 공직자에 대한 재판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오송참사 1년] ②참사 책임 어디까지…중대재해 적용이 관건

◇ 전례 없는 '중대시민재해 처벌'
유가족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처벌이 이뤄지면 안 된다며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중대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이 이들 기관장을 소환해 조사하면서 수사에 불씨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다.

박영빈 청주지검장은 "중대시민재해는 기존에 전례가 없고, 일반 산업 재해와도 다른 유형이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면밀히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단죄하기 어려운 이유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법 제정 이후 기관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례는 없다.

지난해 4월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의 경우 일각에선 '제1호 중대시민재해' 사건으로 기록될 거란 전망이 나왔으나 경찰은 1년여의 수사에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성남시장이 교량 노면 보수공사비의 추경 요청에 대해 승인했고, 관련 부서의 인력 증원 요청을 허가했기 때문에 지자체장으로서 안전 의무를 다했다고 봤다.

법은 최고책임자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미리 구축하고 이를 관리 감독 해야 한다고 하지만 책임 범위가 모호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송참사 1년] ②참사 책임 어디까지…중대재해 적용이 관건
◇"지자체장은 재난 콘트롤타워" VS "형사 처벌 만능 아니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 지사 등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할 수 있는지를 두고서 의견이 갈린다.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이자 공동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손익찬 변호사는 최근 검찰이 도청·시청 관리직 공무원들을 재판에 넘긴 것은 궁극적으로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 변호사는 "실무자들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수사당국이 판단한 것"이라며 "재난 발생 시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종합적인 대응을 지휘하는 권한은 결국 최고 책임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적 의무와 책임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며 "현재 국민들은 지자체장에게 재난 상황을 관장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단체장을 처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한 안전 의무는 인력 배치, 예산 편성 등과 같은 사항인데, 이 정도는 대다수의 지자체가 이미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구체적인 안전관리 계획은 실무 단계에서 해야 하는 거지 관리자보고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살피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후 수단으로서의 형사처벌은 그 적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등과 같은 기존의 안전 관련 법률들을 실효성 있게 개정하고 동시에 단체장에게는 사고가 발생하면 징계, 선거 불출마 등 정치적·행정적·도덕적으로 책무를 지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