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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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던 저신용 기업 대출 채권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년 간 지속돼 온 고금리 기조로 인해 변동금리 의존도가 높은 고위험 기업 차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저신용 등급 대출 채권이 꾸준히 투자 등급 채권을 능가하고 있다"며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최고 수준의 자금 유입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게 되는데, 해당 채권을 묶은 투자 상품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의미다.

저신용 대출 채권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기업 인수 자금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대출로도 불린다. LSEG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일반 투자자들이 저신용 대출 채권에 집중된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규모는 122억달러에 달했다. 이 부문은 긴축적 통화 정책이 시작된 2022년 이후 2년 가까이 270억달러의 자금 유출을 겪었지만, 최근 반전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다시 정크본드 시장에 발을 들이는 주된 요인은 약 9%에 달하는 수익률에 있다. 미국 경제가 냉각되고 있으면서도 경기 침체의 징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채무불이행율이 낮은 점도 투자 포인트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존 로이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제가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골디락스' 상황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대출 시장에서 조금 더 안전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골디락스에 저신용 채권도 호황"…17조 '뭉칫돈' 몰렸다
레버리지 대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벤치마크인 콜금리 대비 위험 프리미엄의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대출의 위험성을 우려해 추가로 요구하는 수익률이 작아졌다는 의미다. 모닝스타 LSTA 미국 레버리지 대출 지수는 올해 들어 4.7%의 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동기간 투자 등급 채권은 0.5% 상승하는 데 그쳤고,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도 3.2% 상승했다. 정크본드는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통상 고정금리를 제공한다.

갑작스러운 붐에 저신용 등급 기업들은 대출 판매, 재융자를 서두르고 있다. 펠로톤 인터랙티브, 유나이티드 내추럴 푸드 등이 대표적이다. 피치북 LCD에 따르면 저신용 기업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7360억달러의 투기 등급 대출을 발행 및 재융자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2000억달러 미만이었던 규모에서 급증했다. 폴렌 캐피털의 존 셔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렇게 활짝 열린 시장에서조차 재융자를 할 수 없다면 해당 회사의 성과가 매우 부정적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