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끌어올린 美 CPI 둔화…달러 약세 기대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상승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요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하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고, 추후 달러 약세가 전반적인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 영향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 8월물은 전일대비 52센트(0.63%) 상승한 배럴당 82.62달러에 거래됐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32센트(0.38%) 오른 배럴당 85.40달러로 마감했다.
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자료=오일프라이스
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자료=오일프라이스
이날 유가는 미국 CPI가 3개월 연속 둔화됐다는 소식이 끌어올렸다. 미국 노동부는 6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예측치(3.1%)보다 0.1%포인트 낮은 기록이다.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CNBC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6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하며 시장 예측치(0.1% 상승)를 하회했다.

투자자들은 CPI가 둔화세에 Fed가 9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매수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인하하면 경기를 활성화하고 투자를 촉진해 원유 수요를 늘릴 수 있어서다. CPI 지수는 지난 3월까지도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으나, 4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는 지난 5월 기준 전년 대비 2.6% 상승해 목표치인 2%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오는 26일 발표되는 6월 PCE 데이터에 주목할 전망이다.

원유 시장에서는 CPI 둔화세만으로도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트래디션에너지의 게리 커닝햄 시장 조사 책임자는 "CPI가 미국 달러 지수를 낮췄고, 유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가 약세일 경우,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구매자들의 석유 차입 비용이 낮아져 석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전 세계 석유 수요에 대한 예측은 엇갈리고 있어 금리 인하 신호가 실 수요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석유 수요 성장세가 하루 71만배럴로 둔화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둔화한 증가세다. IEA는 주요 석유 소비국인 중국에서의 수요가 지난 4월과 5월에 감소하며 현재 소비 수준이 전년 동기 보다 약간 낮아졌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IEA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OPEC은 지난 10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225만 배럴, 내년 증가 전망치를 하루 185만 배럴로 그대로 유지했다. 알렉스 호데스 스톤엑스 분석가는 "OPEC과 IEA 수요 예측은 평소보다 차이가 더 벌어졌다"며 "부분적으로는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에 대한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