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를 통해 식도락을 즐기는 장면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일이 많을 것이다. 유난히 한국인들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고 다양한 식재료에 도전하는 등 음식문화가 발달해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번 칼럼에서는 어떤 음식인지 그 종류보다는 어떻게 음식을 즐기는지 방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문구를 보면 저절로 노래가 흥얼흥얼 나오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잇몸약 광고 CM송 가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광고에도 그려졌듯 잇몸이 안 좋으면 음식을 섭취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오늘의 주제는 이러한 씹고 뜯는 것, 즉 ‘저작기능’이 되겠다.

저작운동은 음식물을 입 안에 넣고 씹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러한 저작기능은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주고 소화를 잘되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의 건강 문제와도 연결이 되어있다. 저작 활동은 턱과 치아가 맞물려 음식을 씹을 수 있게 하는 기능으로, 이는 단순히 치아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발생하는 것이 아닌 구강점막, 혀, 턱근육, 턱연골, 턱관절, 타액선 등이 복잡하게 관여하는 고차원적 기능이다.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기능이 떨어지면 저작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 결과 음식을 씹을 수 없는 ‘저작기능장애’로 진행되는 것이다.

저작기능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치아이다. 치아는 저작기능을 통해 음식물을 소화하기 쉽게 잘게 부수고 소화액이 잘 섞이게 하여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발음을 정확하게 형성해주는 역할도 한다. 음식물을 씹는 행위인 저작기능은 침샘에서 침이 잘 분비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때 만들어진 타액(침)은 충치나 치주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 또한 하고 있다. 충치균이 치아에 침투하기 위하여 겉면을 녹이게 되는데, 이때 타액은 치아의 겉면을 다시 회복시켜 주어 구강질환에 노출되어질 가능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또한 가끔 TV를 보다 보면 운동선수들이 껌을 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저작 활동을 통해서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이 껌을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운동신경과 관련되어 있는 뇌 부분이 활성화가 되면서 신체 활동을 진행할 시에 에너지를 더욱 높이 올려주어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해 저작행위를 반복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저작행위는 대뇌피질을 자극하고 뇌에 혈액이 충분하게 공급되게 하여 뇌의 활성 또한 높아져 기억력과 인지능력도 향상이 될 수 있다.
[도판 1] 저작을 위한 근육 및 치아 해부도 / 이미지 출처. Netter Atlas of Human Anatomy
[도판 1] 저작을 위한 근육 및 치아 해부도 / 이미지 출처. Netter Atlas of Human Anatomy
따라서 치아가 줄어들면 저작기능이 감소하고 침 분비가 줄어들어서 소화 능력의 감소와 구강 내 보호 효과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저작에 관여하는 턱관절과 근육 감소로 인한 안면 변형이 올 수 있으며, 인지기능과 기억력과 같은 뇌기능의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우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치아 손실이 비교적 많이 일어나는 노년층에서 종종 발견된다.

1세기 로마 제국 플라비우스 왕조의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두 두상 조각을 예로 들어 이러한 저작기능과 건강의 관계성을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로마 최초의 평민 출신 황제였으며 군사적 성공을 발판으로 재정개혁과 제국의 통합을 통해 27년간의 통치 기간 동안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안정을 가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한 건축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이때 세워진 건물 중 하나가 플라비우스 원형 극장으로, 그것의 우리에게 친숙한 애칭이 콜로세움이다.)
[도판 2] 플라비우스 원형 극장 (AD 70–80), 로마
[도판 2] 플라비우스 원형 극장 (AD 70–80), 로마
공화정 시대 이후 로마 제국에서는 덕망 있는 정치가들이나 군부 지도자들에 의해 초상조각이 자주 수주되어 만들어졌다. 이는 가장이 사망하면 그 얼굴을 밀랍으로 또 두상 혹은 흉상 조각을 만들어 가문의 제단에 보관하던 로마인들의 가부장적 관습이 바탕이 된 것이기도 하다. 귀족계급 등 경제력이 있는 가정에서는 점차 쉽게 녹는 밀랍 대신 보존력이 좋은 대리석 조각으로 대체하게 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영구 보존 가능한 대리석 조각은 자신들의 정치 활동의 당위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여 가문의 명예를 널리 알리고자 했다.
[도판 3 (좌측)]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초상 (AD 69-79), 로마 마씨모 궁전 미술관 소장 [도판 4 (우측)]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초상 (AD 70), 코펜하겐 뉘 칼스버그 미술관 소장
[도판 3 (좌측)]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초상 (AD 69-79), 로마 마씨모 궁전 미술관 소장 [도판 4 (우측)]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초상 (AD 70), 코펜하겐 뉘 칼스버그 미술관 소장
이와 같은 조각 전통은 플라비우스 가문에서도 구현되었다. [도판 3]과 [도판 4]는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초상 조각이되 각각 그 대상이 다르다. [도판 3]은 대중들이 감상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각으로, 궁내에 두고 종교의식을 치를 용도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황제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이상화하는 방식을 선택해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좌우대칭이 잘 맞으며 피부도 매끈하게 처리되어 있다. 강한 의지력과 집중력을 드러내는 미간 주름과 꽉 다문 입술의 다무진 입매를 묘사하여 강인한 군주로서의 영웅적 카리스마가 드라마틱하게 드러난다.

그에 비해 [도판 4]의 초상은 같은 인물을 사실적이고 미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묘사한다. 피부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돌 표면처리를 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려니와 가족들을 바라보는 온화한 눈매에 이가 모두 빠져 하관이 허물어진, 힘없는 노인으로 황제를 묘사하고 있다. 민망한 듯한 미소를 띤, 어쩌면 조금은 우울한 표정의 노년기 장수로 표현된 것은 이 조각이 베스파시아누스의 직계 가족들을 위한 개인적 용도의 조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이 아마 이 시기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실제 모습에 가까울 것임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던 이마저도 나이가 들고 치아가 유실되며 입매는 쪼그라들고 저작기능의 이상에서 야기된 신체적 불편이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미쳐 본래의 자신감 가득한 눈빛마저 사그라지는 것을 이 두 조각의 비교를 통해 목격하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건강한 저작기능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식생활과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턱을 괴거나 이 악물기, 한쪽으로 씹는 버릇을 고치고, 밤에는 충분한 수면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또한 구강 위생을 청결하게 하고, 턱관절 장애 증상이 느껴지면 단단하고 질긴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치아는 어릴 때 한 차례 빠지고 새로 난 후에는 평생 재생되지 않는 신체 부위이므로 소중히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관리수칙일 것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풍요롭고 건강한 웰빙 인생을 노년기까지 영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씹어서 저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를 위하여 올바른 치아 관리를 통하여 치아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고, 상실한 치아들은 임플란트라고 하는 인공치아나 의치(틀니)와 같은 보철 치료를 시행하여 저작기능을 회복할 것을 권장한다.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
오경은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미술사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