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美 천연가스 사용량 최고치 경신…가격 반등 계기되나 [원자재포커스]
지난 9일 종전 2023년7월 기록 갈아치워
캘리포니아·동부 전력 사용 반년만에 최고
따뜻한 겨울·원유 생산량 증가에 재고 쌓여
폭염에 美 전력사들 "에너지 절약 대비해야"
폭염으로 미국 발전업체들의 천연가스 소모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9일(현지시간) 관광객들이 폭염주의 표지판이 놓인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을 걷고 있다. AFP
폭염으로 미국 발전업체들의 천연가스 소모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9일(현지시간) 관광객들이 폭염주의 표지판이 놓인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을 걷고 있다. AFP
폭염으로 미국 발전업체들의 천연가스 소모량이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미국이 원유·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리며 낮게 유지되고 있는 천연가스가격이 반등할지 주목된다.

11일 로이터통신은 데이터제공업체 LSEG레피니티브의 예비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9일 미국 발전사들의 일일 천연가스 소비량이 542억입방피트(bcfd)로 종전 최고기록인 2023년7월28일 528억bcfd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LSEG에 따르면 지난 9일 미국 48개 주 평균 기온이 화씨 81.2도(27.3℃)로 올여름 중 가장 더웠다. 애리조나주의 이번 주 평균 기온은 47.8℃였다.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남부 캘리포니아, 뉴잉글랜드,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메릴랜드주 등의 전력 가격은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와 비교하면 약 5분의1 가격으로 저렴하다. 이날 미국 천연가스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1.97% 하락한 MMbtu(열랑 단위·100만btu) 당 2.2712달러에 거래됐다.
폭염에 美 천연가스 사용량 최고치 경신…가격 반등 계기되나 [원자재포커스]
이는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이 발표한 지난주 천연가스 재고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미국 전역에 저장된 천연가스 저장량은 3조1190억bcfd로 전주 대비 650억bcfd 증가했다. 시장은 560억bcfd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천연가스 저장량은 여름 평균 대비 18.7% 높다.

천연가스 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기업들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원유와 함께 매장돼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원유 생산량과 같이 늘어난다. 지난해 미국이 이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면서 천연가스 소비량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이에 미국 최대 천연가스 생산기업인 EQT와 체서피크에너지는 지난 3월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EIA는 지난 9일 발전·난방·취사에 사용되는 연료 가격이 올해 하반기에 3분의1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 역시 천연가스 가격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상업체 어큐웨더는 오는 14일 시카고 기온이 33.3℃, 15~16일 뉴욕이 35℃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카고·뉴욕 평년 최고 기온은 약 29.4℃다.

이번 폭염으로 2020년 8월 캘리포니아 주민 약 80만명이 겪은 순환 정전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캘리포니아 전력망 운영사인 캘리포니아ISO는 지난 10~11일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에 대비하라"고 고객들에게 경고했다. 미 전역의 전력망 운영자들은 에너지 회사들에 불필요한 유지·보수를 미루고 가용한 모든 발전소와 전력망을 가동할 것을 에너지 업체들에 권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