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코앞에서 음악을 들을 때 은밀한 감흥을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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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코난의 맛있는 오디오
니어필드 리스닝, 작은 것들에 대한 짧은 생각
근거리 청취로 느끼는 더 큰 감동
니어필드 리스닝, 작은 것들에 대한 짧은 생각
근거리 청취로 느끼는 더 큰 감동
‘본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시각, 시력을 가지고 눈앞에 놓인 물체나 사람을 본다는, 사전적 의미 이상을 가질 때가 있다. 대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지 않게 할 때도 있어 그것은 종종 보도를 위한 사진이나 혹은 사진작가의 사진전에서도 발견된다. 대상에 대한 본질을 과연 어떤 시각으로 꿰뚫어 보느냐에 따라 동일한 사진도 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본질은 찍힌 사물이나 사람이 아닌 찍은 자의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본다는 것은 그래서 피사체가 아닌 관찰자 시점의 시각, 시선을 어쩔 수 없이 담아낸다.
사진이나 그림을 볼 때 피사체의 객관적 형체가 아닌 이를 찍거나 그린 사람의 시선을 발견하는 일은 그래서 즐겁다. 육체를 찍은 사진에서 그 작가의 시선을 뺀다면 대개의 인물 사진은 그저 뼈와 근육과 머리카락 정도로 조합된 평범한 동물적 인간 군상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단 한 장의 사진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작가의 의도를 추적해냈을 때 그 사진은 병원 진료실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해부도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음악을 듣는 일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들을 땐 그저 화창한 봄날의 풍경을 연상시키던 음악이 세밀하게 뜯어보면서 작곡가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 그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가끔 오디오에서도 그런 경험을 한다. 멀리 떨어져 음악을 들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흥이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만지면서 들을 땐 살아난다. 과장하자면 기기의 본질에 더 가까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기기가 생물은 아니지만, 디테일은 그 내면을 더 자세히 드러낸다. 니어필드 리스닝은 어쩌면 제작자의 음악, 음향에 대한 시선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음악을 듣는 거리는 오디오, 즉 하드웨어에서도 생각보다 다양한 음향적 이슈를 낳는다. 거리가 멀 경우 더 빠르게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 소리를 가진 스피커가 유리하다. 예를 들어 지향성은 낮더라도 넓게 골고루 잘 분산되는 유닛보단 지향성이 높아 전면으로 직진하는 성질이 강한 스피커가 더 좋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혼 스피커 같은 스피커가 과거에 유행했던 것도 큰 규모의 극장에서 더 멀리 소리를 보내 관객들이 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기본적으로 빠른 스피드, 넓은 입체적 무대를 잘 그려낸다. 그에 맞게 앰프도 과도 응답 특성이 좋아졌고 소스기기도 디지털 도메인에서 시간축 특성이 좋아졌다. 꽤 넓은 공간에서도 목소리는 물론 악기의 위치가 섬세하게 구분되어 이미지로 떠오른다. 굳이 하이엔드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입문형들도 이런 특성은 좋다. 기술 발전의 결과다.
이런 세상이지만 나는 종종 책상 위에서 듣기를 즐긴다. 아마도 책상 앞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는 등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가까운 위치에 오디오 컴포넌트가 있으면 좋은 점도 많다. 물론 무대가 크게 그려지진 않지만, 오디오가 가까이 있으면 요즘 유행하는 리모트 앱을 쓰지도 않고 리모컨을 쓸 필요도 없다. 대신 오디오의 볼륨, 버튼, 때론 토글스위치 등을 직접 손으로 조작한다. 이른바 손맛이 있다. 또한 바로 눈앞에 기기들이 있을 때 내 것이라는 소유의 충족도도 더 높아진다. 오디오 바꿈이 잦고 음향적인 면에서 평가를 통해 리뷰를 밥 먹듯 하는 내겐 니어필드 리스닝, 즉 근거리 청취가 유리할 때도 많다. 큰 공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에서 리뷰할 땐 귀까지 소리가 도달하는 데 반사음의 지분이 커지면 소리의 특성이 조금이라도 훼손된다. 이 때문에 룸 튜닝을 하고 디락 라이브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근거리 청취 시엔 직접음이 더 많고 룸 어쿠스틱 영향이 적어 더 또렷한 소리 특성을 흡수할 수 있다.
니어필드에서 듣기 좋았던 제품들은 정말 많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제품들이 몇 개 있다. SAL i5 그리고 바쿤 인티앰프 SCA7511MK4, 코드 일렉트로닉스 Hugo TT2다. 모두 하프 사이즈에 책상 또는 작은 시스템을 꾸리기 좋다. 물론 이들이 그려내는 음악의 사이즈는 절대 작지 않지만, 스피커는 프랑스 태생으로 다인오디오 출신 엔지니어가 만든 리바이벌 오디오의 Atalante 3 북쉘프 스피커다. 사실 니어필드가 아닌 더 큰 공간에서 듣기도 좋았지만 방 안에서 밀도 높게 들으면 정말 큰 시스템 부럽지 않았다. 하나 더 들라면 케프 LS50 그리고 엘락 BS312 같은 스피커, 그리고 무척 기억에 선명한 그라함 LS 3/5a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명기들이다. 큰 공간에서 커다란 스피커와 밥상만 한 앰프들로 들으면 대역폭, 무대 스케일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자면 공간은 물론 스피커의 크기 등 모두 커져야 한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룸 어쿠스틱 특성도 신경 써야 한다. 그렇다고 음악적 감동의 크기도 정비례로 커질까? 항상 그렇진 않다. 나는 되레 락포트와 코드 일렉트로닉스 모노블럭 파워를 위시로한 메인 시스템보다 이 작은 기기로 구성된 작은 시스템에서 더 큰 음악적 감동을 맛보기도 한다. 작은 것들에 대한 짧은 생각이다.
코난 오디오 평론가
▶▶▶[이전 칼럼] 좋은오디오는 레코드에 실린 '화석' 같은 음악도 생생하게 살려낸다
사진이나 그림을 볼 때 피사체의 객관적 형체가 아닌 이를 찍거나 그린 사람의 시선을 발견하는 일은 그래서 즐겁다. 육체를 찍은 사진에서 그 작가의 시선을 뺀다면 대개의 인물 사진은 그저 뼈와 근육과 머리카락 정도로 조합된 평범한 동물적 인간 군상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단 한 장의 사진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작가의 의도를 추적해냈을 때 그 사진은 병원 진료실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해부도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음악을 듣는 일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들을 땐 그저 화창한 봄날의 풍경을 연상시키던 음악이 세밀하게 뜯어보면서 작곡가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 그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가끔 오디오에서도 그런 경험을 한다. 멀리 떨어져 음악을 들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흥이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만지면서 들을 땐 살아난다. 과장하자면 기기의 본질에 더 가까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기기가 생물은 아니지만, 디테일은 그 내면을 더 자세히 드러낸다. 니어필드 리스닝은 어쩌면 제작자의 음악, 음향에 대한 시선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음악을 듣는 거리는 오디오, 즉 하드웨어에서도 생각보다 다양한 음향적 이슈를 낳는다. 거리가 멀 경우 더 빠르게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 소리를 가진 스피커가 유리하다. 예를 들어 지향성은 낮더라도 넓게 골고루 잘 분산되는 유닛보단 지향성이 높아 전면으로 직진하는 성질이 강한 스피커가 더 좋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혼 스피커 같은 스피커가 과거에 유행했던 것도 큰 규모의 극장에서 더 멀리 소리를 보내 관객들이 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기본적으로 빠른 스피드, 넓은 입체적 무대를 잘 그려낸다. 그에 맞게 앰프도 과도 응답 특성이 좋아졌고 소스기기도 디지털 도메인에서 시간축 특성이 좋아졌다. 꽤 넓은 공간에서도 목소리는 물론 악기의 위치가 섬세하게 구분되어 이미지로 떠오른다. 굳이 하이엔드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입문형들도 이런 특성은 좋다. 기술 발전의 결과다.
이런 세상이지만 나는 종종 책상 위에서 듣기를 즐긴다. 아마도 책상 앞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는 등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가까운 위치에 오디오 컴포넌트가 있으면 좋은 점도 많다. 물론 무대가 크게 그려지진 않지만, 오디오가 가까이 있으면 요즘 유행하는 리모트 앱을 쓰지도 않고 리모컨을 쓸 필요도 없다. 대신 오디오의 볼륨, 버튼, 때론 토글스위치 등을 직접 손으로 조작한다. 이른바 손맛이 있다. 또한 바로 눈앞에 기기들이 있을 때 내 것이라는 소유의 충족도도 더 높아진다. 오디오 바꿈이 잦고 음향적인 면에서 평가를 통해 리뷰를 밥 먹듯 하는 내겐 니어필드 리스닝, 즉 근거리 청취가 유리할 때도 많다. 큰 공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에서 리뷰할 땐 귀까지 소리가 도달하는 데 반사음의 지분이 커지면 소리의 특성이 조금이라도 훼손된다. 이 때문에 룸 튜닝을 하고 디락 라이브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근거리 청취 시엔 직접음이 더 많고 룸 어쿠스틱 영향이 적어 더 또렷한 소리 특성을 흡수할 수 있다.
니어필드에서 듣기 좋았던 제품들은 정말 많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제품들이 몇 개 있다. SAL i5 그리고 바쿤 인티앰프 SCA7511MK4, 코드 일렉트로닉스 Hugo TT2다. 모두 하프 사이즈에 책상 또는 작은 시스템을 꾸리기 좋다. 물론 이들이 그려내는 음악의 사이즈는 절대 작지 않지만, 스피커는 프랑스 태생으로 다인오디오 출신 엔지니어가 만든 리바이벌 오디오의 Atalante 3 북쉘프 스피커다. 사실 니어필드가 아닌 더 큰 공간에서 듣기도 좋았지만 방 안에서 밀도 높게 들으면 정말 큰 시스템 부럽지 않았다. 하나 더 들라면 케프 LS50 그리고 엘락 BS312 같은 스피커, 그리고 무척 기억에 선명한 그라함 LS 3/5a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명기들이다. 큰 공간에서 커다란 스피커와 밥상만 한 앰프들로 들으면 대역폭, 무대 스케일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자면 공간은 물론 스피커의 크기 등 모두 커져야 한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룸 어쿠스틱 특성도 신경 써야 한다. 그렇다고 음악적 감동의 크기도 정비례로 커질까? 항상 그렇진 않다. 나는 되레 락포트와 코드 일렉트로닉스 모노블럭 파워를 위시로한 메인 시스템보다 이 작은 기기로 구성된 작은 시스템에서 더 큰 음악적 감동을 맛보기도 한다. 작은 것들에 대한 짧은 생각이다.
코난 오디오 평론가
▶▶▶[이전 칼럼] 좋은오디오는 레코드에 실린 '화석' 같은 음악도 생생하게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