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멸균우유 선뜻 손이 안 가요... 그 이유는?
외국산 멸균우유의 수입이 늘고 있지만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이를 장바구니에 선뜻 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저렴한 가격과 보관의 용이성 등을 이유로 수입산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마트에서의 수입 멸균우유 판매 비중은 저조한 수준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멸균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 1,476톤에서 2023년 3만 7,361톤으로 3.3배 늘어난 수치이며, 수입국은 오스트리아, 호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등 총 9개국이다. 국가별 수입량에선 폴란드가 75.1%로 1위를 차지했으며, 독일(10.0%), 이탈리아(7.7%), 호주(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입 규모가 늘었지만, 소비자들이 쉽사리 장바구니에 수입 멸균우유를 담지 않는 주된 이유로 ‘맛과 향 그리고 유통기한의 문제’ 등을 꼽았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국내 연구소에 의뢰한‘수입 유제품의 유통 실태 및 안전성 품질 검증연구’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네이버 쇼핑에서 5개 수입 멸균우유(믈레코비타․갓밀크․밀키스마․올덴버거․오스트렐리아스)에 대한 최근 2년 리뷰 중 상위 및 하위 각 40개 이상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분석한 결과, 부정 평가 중 가장 빈도가 높은 7개 항목을 도출할 수 있었다. 제품 손상 및 파손(29.4%), 불만족스러운 맛과 향(24.8%), 지나치게 긴 유통기한에 대한 불신(13.7%), 포장에 대한 불만(13.1%), 우유 마개(뚜껑) 사용의 불편 및 손상(9.7%), 맛과 향의 변질(7.4%) 및 기타(5.4%)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산 신선 우유 유통기한은 11~14일, 멸균우유는 12주이다. 수입산 멸균우유 유통기한은 1년이다. 먼 거리에서 장기간 운송되는 만큼 유통기한이 길 수밖에 없다.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실제 국내 온라인(네이버 및 각종 소셜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수입 멸균우유(1L) 5종(믈레코비타․갓밀크․밀키스마․올덴버거․오스트렐리아스)의 잔여 유통기한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제조 후 3~4개월 경과된 제품이었으며 올덴버거의 경우 제조 후 평균 5개월 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믈레코비타의 경우 최소 2개월(약 9주)된 제품, 오스트렐리아스는 3개월 3주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수입산 멸균우유 선뜻 손이 안 가요... 그 이유는?
이와 더불어, <국산 우유와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한 전문가의 관능 특성 평가>에서 전체적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우유는 국내산 신선 우유로 꼽혔다. 색깔이 하얗고 투명도가 높은 데다 신선한 우유 향이 짙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가열한 냄새와 치즈 향이 강했다고 평가받았다. ‘섭취 후 특성’ 항목에선 국내산 신선 우유와 멸균우유가 전체 평가에서 우수했고 수입산 멸균우유는 입안의 잔여물과 텁텁함이 심하다고 평가받았다. 또 수입산 멸균우유는 쓴맛이 강해 커피와의 조화도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은 수입산 멸균우유는 제품을 통해 원유 등급 및 품질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산 신선 우유의 경우 원유의 등급과 품질을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국산 우유의 가장 높은 품질 등급이 1A다. 원유 1㎖당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 세균 수 3만 개 미만이면 1A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 독일(1㎖당 체세포 수 40만 개 이하, 세균 수 10만 개 이하), 네덜란드(1㎖당 체세포 수 40만 개 이하, 세균 수 10만 개 이하)보다 1A 등급이 되기 위한 기준이 더 엄격하다.

한편, 국산 우유의 품질은 매년 향상하고 있다. 실제 2023년 상하반기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은 69.13%로 전년 대비 4.25%p 증가했다. 또한, 세균 수 1등급 비율은 99.59%로 전년 대비 0.05%p 향상됐다. 목장 원유의 질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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