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 소비가 전년 동월 대비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 감소폭은 두자릿수에 달했다. 지난 4월과 5월 두 달 연속 감소했던 소매판매가 ‘여름 특수’를 맞은 지난달에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3% ‘깜짝 성장’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지난 2분기에 한국 경제가 5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낙관론 앞세우는 정부

기획재정부가 12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 지표는 일제히 부진했다. 지난달 백화점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 줄었다. 할인점 매출액도 전년 동월 대비 1.9% 감소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소비가 동시에 감소한 건 올 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6.5% 급감했다.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내수 소비 지표가 일제히 부진하면서 이달 말 공개되는 ‘6월 산업활동 동향’도 부진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생산과 소비, 투자는 한 달 전보다 일제히 줄면서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2%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기재부는 수출에 비해 내수가 온도차가 있지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이날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경기진단과 동일하다.

정부의 이 같은 진단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는 온도차가 있다. KDI는 지난 8일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이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로 연결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고금리나 고물가 등 내수 제약 요인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분기 ‘역성장’ 가능성

국내외 연구기관은 지난 2분기 한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0% 안팎의 성장에 그쳤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위축에 더해 지난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져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시티(-0.1%)에 이어 스탠다드차타드(-0.1%), HSBC(-0.2%) 등 해외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낸 건 2022년 4분기(-0.3%)가 마지막이다.

정부는 이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당초 2.2%에서 2.6%로 상향했다. 기재부 안팎에선 지난 2분기 증가율이 0%만 나와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2분기에 제로성장을 했다고 가정할 때 남은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0.5%만 나와도 올해 2.6%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2분기 성장률이 0.1%가 나오면 대성공, 0%면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의 이 같은 진단은 하반기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난다고 가정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통계청의 5월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핵심 10개 지표 중 수출액, 수입액, 기업경기실사지수 등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지표는 일제히 하강·둔화 국면에 진입했다. 하강·둔화 지표가 7개까지 늘어난 건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순환시계는 대표 경기지표 10개가 각각 ‘상승→둔화→하강→회복’의 경기순환 국면 중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6월 기준 실시간 소비지표가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순환시계도 당분간 상승·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