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판 말라" "선의엔 선의로"…페제시키안, 대미 투트랙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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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굴하지 않아'…'합의파기 책임·노선 변화' 공 넘기며 서방에 대화 문 열어둬
이인자 한계에 美대선서 트럼프 변수도…핵협상 재개 여건은 불투명
영자지 기고로 대외정책 얼개 드러내…러중과 밀착, 對이스라엘엔 강경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이란핵합의(JCPOA) 파기 등 관계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대(對)이란 노선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으로 동시에 서방을 향한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대서양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시점인 12일(현지시간) 보수 계열 현지 영자신문인 테헤란 타임스에 실린 '새로운 세계에 보내는 나의 메시지' 기고를 통해 향후 대외정책 청사진을 공개하며 서방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 "美, '적대시 정책' 오판 답습 말라"…"선의엔 선의로 화답"
이날 메시지는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강경 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중도·개혁 성향인 페제시키안 당선인의 개방적 외교 노선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다만 국제관계 정상화 및 핵합의 복원 등 선거운동 기간 공약은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핵합의를 파기한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서방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관계 회복의 공을 넘겼다.
제재의 부당성을 내세워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지 않겠다며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도 못을 박았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페제시키안이 미국의 '압박'을 거부했다고 풀이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워싱턴의 의사결정자들은 역내 국가들을 서로 적대시하게 하는 정책은 그동안 성공하지 못했고 미래에도 성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미국이 과거의 오판으로부터 배우고, 그에 맞게 정책을 조정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의 긴장을 악화하길 피하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이란의 국방 교리가 핵무기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유화적 제스처도 보였다.
이란의 국익과 경제 발전, 역내·국제적 평화·안보 요구라는 명제를 전제로 "모든 나라들과의 관계 균형"을 거론하며 '국제 무대에서의 건설적인 관여(대화) 추진'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럽에 대해서는 "우리의 관계를 올바른 경로로 돌려놓기 위한 건설적 대화를 고대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특히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우리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들을 환영하며 선의에 선의로 화답할 것"이라는 언급도 내놨다.
그러면서 "이러한 역사적 노력에 기꺼이 동참할 의향이 있는 이들에게 '열린 초청장'을 내밀 것"이라고도 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2015년 이란핵합의 타결 당시 대외정책을 이끈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전환기운영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앞서 자리프 당시 장관 아래에서 핵 협상팀 실무 대표를 맡아 합의를 이끌어낸 압바스 아락치 당시 외무차관이 첫 외무장관에 낙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기고문 메시지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최종 의사 결정권이 집중된 통치구조 하에서 권력 이인자로서 외교정책 변화에 있어 운신 폭의 현실적 한계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페제시키안 당선자는 글 서두에서 "이번 대선이 안정적이고 위험 있는 방식으로 치러졌다"며 "이는 우리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면모를 부각해주는 것"이라고 충성심을 내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이란 핵합의 파기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양국 관계의 앞날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자리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핵협상 재개 등의 여건이 곧바로 조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페제시키안이 실용주의적 외교 정책 촉진,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 교착 긴장 완화, 사회적 자유주의 및 정치적 다원주의 전망 개선 등을 약속해왔지만,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가 궁극적 권력자라는 점에서 많은 이란 국민이 그의 공약 이행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 숙적 이스라엘에는 계속 강경모드…중러와는 '밀착', 반서방 전선 강화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10개월째 전쟁 중인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을 맹폭하며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저항의 축' 무장세력을 이끄는 시아파 이슬람 '맹주'로서의 강경 모드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 전쟁범죄, 인종청소, 정착촌 건설, 핵무기 보유, 이웃 나라 침략에 이어 대량학살 기록까지 추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도 "가해자를 관계 정상화로 보상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온 이스라엘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아랍 국가들이 협력해 모든 정치적·외교적 지렛대를 가용해 대량학살을 멈추고 분쟁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자지구내 영구 휴전을 성사시키는 것을 첫번째 과제로 뽑았다.
이날 기고문에는 미국 등 서방과 대척해온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 방침도 선명하게 담겼다.
특히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깨기 위해 다극주의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서방 다자 논의의 틀을 일일이 거론하며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서방 전선의 공고한 구축 의사도 내비쳤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지난 8일 전화 통화를 하고 연내 만남을 약속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이인자 한계에 美대선서 트럼프 변수도…핵협상 재개 여건은 불투명
영자지 기고로 대외정책 얼개 드러내…러중과 밀착, 對이스라엘엔 강경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이란핵합의(JCPOA) 파기 등 관계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대(對)이란 노선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으로 동시에 서방을 향한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대서양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시점인 12일(현지시간) 보수 계열 현지 영자신문인 테헤란 타임스에 실린 '새로운 세계에 보내는 나의 메시지' 기고를 통해 향후 대외정책 청사진을 공개하며 서방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 "美, '적대시 정책' 오판 답습 말라"…"선의엔 선의로 화답"
이날 메시지는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강경 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중도·개혁 성향인 페제시키안 당선인의 개방적 외교 노선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다만 국제관계 정상화 및 핵합의 복원 등 선거운동 기간 공약은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핵합의를 파기한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서방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관계 회복의 공을 넘겼다.
제재의 부당성을 내세워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지 않겠다며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도 못을 박았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페제시키안이 미국의 '압박'을 거부했다고 풀이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워싱턴의 의사결정자들은 역내 국가들을 서로 적대시하게 하는 정책은 그동안 성공하지 못했고 미래에도 성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미국이 과거의 오판으로부터 배우고, 그에 맞게 정책을 조정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의 긴장을 악화하길 피하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이란의 국방 교리가 핵무기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유화적 제스처도 보였다.
이란의 국익과 경제 발전, 역내·국제적 평화·안보 요구라는 명제를 전제로 "모든 나라들과의 관계 균형"을 거론하며 '국제 무대에서의 건설적인 관여(대화) 추진'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럽에 대해서는 "우리의 관계를 올바른 경로로 돌려놓기 위한 건설적 대화를 고대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특히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우리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들을 환영하며 선의에 선의로 화답할 것"이라는 언급도 내놨다.
그러면서 "이러한 역사적 노력에 기꺼이 동참할 의향이 있는 이들에게 '열린 초청장'을 내밀 것"이라고도 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2015년 이란핵합의 타결 당시 대외정책을 이끈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전환기운영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앞서 자리프 당시 장관 아래에서 핵 협상팀 실무 대표를 맡아 합의를 이끌어낸 압바스 아락치 당시 외무차관이 첫 외무장관에 낙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기고문 메시지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최종 의사 결정권이 집중된 통치구조 하에서 권력 이인자로서 외교정책 변화에 있어 운신 폭의 현실적 한계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페제시키안 당선자는 글 서두에서 "이번 대선이 안정적이고 위험 있는 방식으로 치러졌다"며 "이는 우리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면모를 부각해주는 것"이라고 충성심을 내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이란 핵합의 파기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양국 관계의 앞날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자리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핵협상 재개 등의 여건이 곧바로 조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페제시키안이 실용주의적 외교 정책 촉진,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 교착 긴장 완화, 사회적 자유주의 및 정치적 다원주의 전망 개선 등을 약속해왔지만,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가 궁극적 권력자라는 점에서 많은 이란 국민이 그의 공약 이행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 숙적 이스라엘에는 계속 강경모드…중러와는 '밀착', 반서방 전선 강화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10개월째 전쟁 중인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을 맹폭하며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저항의 축' 무장세력을 이끄는 시아파 이슬람 '맹주'로서의 강경 모드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 전쟁범죄, 인종청소, 정착촌 건설, 핵무기 보유, 이웃 나라 침략에 이어 대량학살 기록까지 추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도 "가해자를 관계 정상화로 보상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온 이스라엘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아랍 국가들이 협력해 모든 정치적·외교적 지렛대를 가용해 대량학살을 멈추고 분쟁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자지구내 영구 휴전을 성사시키는 것을 첫번째 과제로 뽑았다.
이날 기고문에는 미국 등 서방과 대척해온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 방침도 선명하게 담겼다.
특히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깨기 위해 다극주의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서방 다자 논의의 틀을 일일이 거론하며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서방 전선의 공고한 구축 의사도 내비쳤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지난 8일 전화 통화를 하고 연내 만남을 약속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