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네팔·캄보디아·중국 등 산청군 내 30가족 참여
인클로버재단, 산청군가족센터서 기념식…"1만번째 가족 만날 것"
"큰 행복 선물 받았어요"…산청서 7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어릴 땐 무뚝뚝한 경상도 아빠와 한국에 적응해야 하는 엄마 속에서 가족의 유대감이 약했고, 유대감이 쌓인 뒤에는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사진을 못 찍었어요.

정말 큰 행복을 선물 받았어요.

"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이사장 한용외)이 지난 13일 경남 산청군 산청군가족센터에서 진행한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에 참여한 김지영(18·산청고 3학년) 양은 약 15년 만에 가족사진을 찍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 양의 엄마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민 이미애(38) 씨로, 세 남매를 키우며 산청군청에서 행정 보조 업무를 한다.

가족사진 액자를 받아 든 김 양은 연합뉴스와 만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보고자 촬영 콘셉트를 흰색 상의에 청색 하의로 정했다"며 "카메라 앞에 서니 가슴이 뭉클해져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농과대학에 진학해 식물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며 "특히 성인이 되면 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멘토링 등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클로버재단은 2010년 8월부터 매달 두세차례 전국 가족센터를 돌며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왔고, 전날 7천 번째 촬영 가족이 탄생했다.

김 양 가족은 7천1번째다.

인클로버재단은 전날 30가족(118명)을 대상으로 봉사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총 265개 가족센터 등을 방문해 7천23가족을 촬영한 기록을 남겼다.

"큰 행복 선물 받았어요"…산청서 7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7천 번째 가족사진 모델이 된 네팔 출신 김수지(31) 씨는 "2014년 한국에 와 아들 셋을 키우면서 바쁘게 살았다.

처음에는 음식과 언어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제 적응이 됐다"며 "가족사진을 집에 예쁘게 걸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가족은 가족사진 액자와 함께 100만원의 장학금도 받는 행운을 가져갔다.

김씨 가족사진 촬영에는 딸의 육아를 도와주기 위해 네팔에서 날아온 친정 부모도 함께했다.

아깝게 행운을 놓친 7천1번째 이씨 가족과 6천999번째 이헌욱(베트남) 씨 가족은 각각 30만원의 상품권을 축하 선물로 받았다.

"큰 행복 선물 받았어요"…산청서 7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촬영장에서는 네팔 전통의상을 입고 촬영에 참여한 다문화가족도 눈에 띄었다.

2007년 한국에 와 산청군가족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하는 정엘리나(39) 씨는 아들 권에녹(15) 군에게 네팔 전통 의상을 입히기 위해 대구까지 가서 옷을 대여해왔다.

정씨는 "네팔에는 다양한 민족이 사는데 네팔 구릉 족의 전통 옷을 준비했다"며 "평소에 무표정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환하게 웃는다"고 정군을 소개했다.

사진 촬영 행사에는 촬영과 포토샵 보정 등에 능숙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원스톱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이사장과 조영욱 작가가 촬영하면 주영도 작가와 최민성·김성호 씨 등이 보정 작업을 했다.

다른 봉사자들은 컬러 프린터로 A3 크기 사진을 인화한 뒤 액자에 넣어 전달했다.

봉사자들은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를 달래고 무표정한 가족 구성원이 웃을 수 있도록 유머를 던지기도 하는 등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꼼꼼하게 촬영 전 과정을 살폈다.

"큰 행복 선물 받았어요"…산청서 7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사진 촬영에 이어 열린 기념식에는 국회 정보위원장인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이승화 산청군수, 신종철 경남도의원, 최우경 산청군가족센터장, 고려대장경연구소 명예이사장 종림 스님, 안종환 '인클로버재단을 사랑하는 사람 모임' 회장과 김희종 인클로버재단 이사 등이 참석했다.

한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다문화가족들이 사진 속에 담긴 행복한 모습과 추억을 보면서 함께 대화하고 미래를 꿈꾸며 자신감을 갖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이 사업을 지속해 1만번째 가족까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축사에서 "재단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봉사활동을 하며 또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을 보면서 선한 영향력이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인클로버재단은 14일에는 경남 남해군 남해군가족센터를 찾아 27가족을 대상으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큰 행복 선물 받았어요"…산청서 7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