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지난달 25일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모의 경기에서 상대의 공격을 몸을 날려 받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이 지난달 25일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모의 경기에서 상대의 공격을 몸을 날려 받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배드민턴이 세대교체를 마치고 2024 파리올림픽에서 불꽃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다.

배드민턴은 한국의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이었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동메달 1개씩 모두 4개 메달을 수확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다소 주춤했지만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남자복식 김동문-하태권이,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이 금맥을 이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 배드민턴은 오랜 침체기에 빠졌다. 2012년 런던 대회부터 2020년 도쿄 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동메달 한 개씩에 그치며 16년째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이용대 등 주력 선수들이 은퇴한 뒤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대회는 한국 배드민턴의 부활을 알릴 기회다. 세대교체 발판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젊은 선수들을 키운 결과 여자단식 안세영(22)과 여자복식 이소희(30)-백하나(23), 김소영(31)-공희용(27), 남자복식 서승재(26)-강민혁(25),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29) 등이 정상 반열에 올라서면서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여자단식·여자단체), 은메달 2개(남자복식·여자복식), 동메달 3개(여자복식·혼합복식·남자단체)를 휩쓸었다. 종목 특성상 아시아 국가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올림픽이라고 해서 특별히 벽이 더 높은 건 아니다.

역대 최다인 금메달 3개를 목표로 세운 대표팀의 중심에는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있다. 그는 작년 한 해 국제대회 우승 10차례, 준우승 세 차례를 달성하고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품에 안았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된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넓은 수비 범위는 여전히 세계 최강으로 손꼽힌다. 변수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무릎이다. 아시안게임 결승전 당시 무릎을 다친 이후 올해 초 잠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도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하기에 레이스가 길어지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공격적인 시합 운영으로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세운 안세영은 “파리올림픽에 모든 걸 다 바칠 생각”이라며 “파리에서는 울기보다 웃으면서 제 세리머니를 자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3년 전 도쿄 대회 8강에서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한 뒤 눈물을 쏟았다.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경기는 오는 27일부터 8월 5일까지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배드민턴 종목 마지막 날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는 안세영은 “그동안 많은 시련과 변화, 역경 등 겪지 않아도 될 것까지 겪어가며 여기까지 왔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서 모든 걸 털어내고 편안하게 배드민턴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