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이끈 정명훈, 聖母의 비통을 끝없이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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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교향악단 X 정명훈의 마스터즈시리즈 II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려
1부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연주
작품 고유의 서정, 매끄러운 음향 살려
2부서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지휘
경건하면서도 정적인 아름다움 펼쳐내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려
1부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연주
작품 고유의 서정, 매끄러운 음향 살려
2부서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지휘
경건하면서도 정적인 아름다움 펼쳐내

지난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무대를 걸어 나온 정명훈이 지휘한 첫 작품은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4악장으로 구성된 보통의 교향곡과 달리 2악장까지만 작곡돼있지만, 형식적 균형과 음악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어 세계 3대 교향곡 중 하나로 꼽히는 명작이다. 정명훈은 시작부터 마치 악단 전체의 음향적 양감과 밀도를 개선해보겠다는 듯 음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짚어내면서 작품 고유의 서정과 매끄러운 음향을 끌어냈다. 통상적인 연주 속도보다 천천히 진행됐기에 단조로운 인상을 남기는 구간이 더러 있긴 했지만, 연주의 완성도를 떨어트릴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 작품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비통한 심경을 담아낸 종교 음악인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성모 애상)’. 정명훈이 1995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할 때 선택한 작품이자, 따로 음반까지 낸 각별한 작품이다. 1부와 달리 지휘봉도 들지 않은 채 포디엄에 오른 그는 첫 소절부터 작품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보여줬다.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인 로시니의 작품인 만큼 자칫 화려한 기교와 밝은 색채를 살리는 데 치우치게 되면 특유의 애달프면서도 엄숙한 선율의 매력이 반감되기 쉬운데, 정명훈은 악구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경건하면서도 정적인 아름다움을 완연히 펼쳐냈다. 고음과 저음, 장음과 단음, 연결과 단절 등의 대비는 한순간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오케스트라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합창+독창)로만 채워지는 9곡 ‘예수여 육신은 죽어도’와 마지막 곡 ‘아멘’. 정명훈은 작품의 전경과 후경을 담당하는 음역의 대비를 정확히 짚어내는 동시에 음향의 범위를 첨예하게 조율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끝없이 내면을 파고드는 비탄(悲歎)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첫 음부터 이어진 절제의 과정을 거쳐 최후의 순간 밖으로 터져 나오는 짙은 애수, 응축된 음악적 표현을 점차 증폭시키면서 내뿜는 장대한 에너지는 숨 막힐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