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는 이미 떠나간 걸까’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특히 금리차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 예금부터 금리 손질에 나선 모양새다. 마지막 고금리 상품을 찾아 나선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연 3%면 감지덕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카운트다운…고금리 예적금 '막차' 올라타자

3년 금리가 1년 수준으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들이 판매 중인 12개월 정기예금 36개 상품의 평균 최고 금리는 연 3.48%로 조사됐다. 연 3%대 후반이던 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인 연 3.5%대를 깨고 내려왔다. 은행들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서다. 2022년 12월 연 4.22%에 달하던 시중은행 평균 수신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3.85%로 떨어진 뒤 최근 연 3.5%대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은행들이 취급한 정기예금 상품 금리와 현재 금리만 비교해봐도 내림세가 확연하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전월 취급 평균 금리(12개월 만기 기준)는 연 3.52%다. 하지만 이달 현재 해당 상품의 평균 최고 금리는 연 3.40%로 떨어졌다.

4대 은행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의 비대면 전용 상품인 ‘1석 7조 통장’은 두 달 새 최고 금리가 연 0.4%포인트 하락해 연 3.0%로 내려왔다. 수협은행의 ‘평생 주거래 우대예금’도 최고 금리가 연 3% 밑으로 내려갔다. 연 4%대 예금이 자취를 감춘 데 이어 연 2%대 예금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장기 예금 금리도 하락하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이달 1일부터 낮췄다. 가입 기간 12개월 이상이 금리 인하 대상이다. 12~24개월 예금에 적용되는 기본금리는 연 2.60%에서 연 2.50%로 낮아졌다. 36개월 계약 시 기존 연 2.80%에서 연 2.60%로 0.2%포인트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3년간 가입해도 과거 1년짜리 예금 금리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갈 곳 잃은 자금은 예금으로

금리 인하 기조에도 정기예금 잔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891조152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에만 41조8567억원 늘었다. 작년 상반기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이 7135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정기예금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고금리 예금 상품을 찾기 위한 가계·기업 고객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연 3%대 예금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현재 이자가 가장 높은 예금은 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 기부예금’으로 최고 연 3.90%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 납부 고객에게 연 0.5%,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연 0.1% 등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도 연 최고 3.80%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최고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NH고향사랑 기부예금의 지난달 취급 금리는 연 3.45%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