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다섯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주 재외국민전형 접수가 시작돼 의대 증원 정책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시 일반전형은 오는 9월부터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시에서 지역인재전형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2025학년도에 늘어난 정원 약 1500명 가운데 890여 명이 지역인재전형인 데다 다른 전형에 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의대, 신입생 접수 시작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대학별로 2025학년도 의대 수시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정원 외)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의대는 12곳으로 모집 인원은 총 29명이다. 고려대 성균관대 아주대 등 9곳은 8일, 가톨릭대는 9일부터 원서를 받았고 다른 2곳은 9월 접수한다.

정원 외 전형인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은 의대 증원으로 전년 대비 38.1% 늘었다. 정원 외 전형이지만 정원과의 일정 비율을 계산해 선발 규모를 정하기 때문이다. 정원 외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총 125명으로 재외국민·외국인(29명) 외에 ‘농어촌학생’(69명), ‘기초생활수급자’(27명)를 뽑는다. 일반전형은 9월 9일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문턱 낮춘 의대 지역인재 "3과목 7등급도 OK"
이번 의대 입시는 수시전형 비중이 67.6%에 달한다. 작년(62.7%)에 비해 4.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전형별로는 학생부교과가 1577명(34.2%), 학생부종합이 1334명(28.9%), 논술이 178명(3.9%) 등이다.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의대 신입생은 1492명(32.4%)이다. 정시 원서 접수는 12월 31일부터 시작된다.

수능 최저 맞추면…‘지역인재’ 노려볼 만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의대 입시에서 지역인재전형 변화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의대 모집인원 증원분(1497명) 가운데 59.3%(888명)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의대 증원 정책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지역의료체계를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인재전형의 특징은 일반전형보다 수능 최저 기준이 낮다는 점이다. 예컨대 경상국립대 의대의 학생부 교과전형은 세 과목(수학 포함) 합 4등급인데 지역인재 교과전형은 세 과목 합 6등급이다. 특히 학령인구가 적어 지역인재전형 선발에 애를 먹는 지역들은 이 기준이 더 낮다. 제주대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지역인재 교과전형 수능 최저 기준이 세 과목(수학 포함) 합 6등급이다. 국어, 수학, 영어 모두 2등급을 받아도 의대에 입학할 수 있는 셈이다. 강원대는 지역인재 종합전형 수능 최저 기준이 세 과목(수학·과학탐구 포함) 합 7등급이다.

다만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킬러문항 배제 이후 이어진 불수능 기조로 절대평가인 영어에서도 1등급을 받기 어려워서다. 영어는 등급별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90점 이상을 맞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어 시험마다 비율이 달라진다. 지난달 치른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중이 1.4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6월 모의평가처럼 영어 1등급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상위권 학생이 많아질 수 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본수능 때 난이도를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난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시전형 인원이 정시전형으로 이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에는 20개 대학에서 미충원 인원이 발생해 총 41명이 정시전형으로 옮겨갔다. 우연철 진학사 소장은 “지난해에도 지역인재전형 지원자 가운데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며 “올해도 적지 않은 인원이 정시전형으로 이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