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 ‘조단위’ 몸값의 대어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나온다. 기업가치 4조~5조원의 케이뱅크를 비롯해 산일전기, 더본코리아, 에이스엔지니어링, 롯데글로벌로지스, MNC솔루션 등 7개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2800선에 안착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늘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에너지·방산 등 뜨는 업종들, 코스피 출격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기업 에이스엔지니어링은 다음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시가총액 5000억원 규모의 ESS 솔루션 기업이다. 거래소 심사 신청에서 통과까지 2~3개월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ESS에서 나온다. ESS는 생산한 전기를 저장장치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전기를 공급해 전체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는 제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2959억원, 영업이익 16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어났다. 지난해 8월 86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면서 기업가치 2500억원을 인정받았다. 대표주관사는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키움증권의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관으로 증권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산기업 MNC솔루션도 하반기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의 닻을 올릴 예정이다. MNC솔루션은 두산그룹의 방산 부문을 사모펀드인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이 인수한 기업으로, 지난 4월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도 잇달아 IPO

대기업 계열사 두 곳도 하반기 상장에 나선다. 롯데그룹의 물류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LS그룹의 전기차 충전소 계열사 LS이링크가 하반기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선정한 뒤 하반기 내 신청서 제출을 마칠 예정이다. LS이링크도 하반기 신청서 제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콘크리트 펌프카 제조기업 전진건설로봇은 이번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시가총액 4000억원에 도전한다.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식품기업 더본코리아도 5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 뒤 하반기 기업공개에 도전할 예정이다.

산일전기는 이미 거래소로부터 상장 승인을 받고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중이다. 오는 18~19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할 예정이다. 이달 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매출 2145억원, 영업이익 466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 공모주 투자 열기 이어지나

증권업계는 상반기의 공모주 투자 열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유가증권 2곳, 코스닥 27곳 등 29개 기업이 상장했다. 공모 금액은 1조6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공모금액이 59.5% 늘어났다.

하반기 공모주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노스페이스는 공모가(4만3300원) 대비 30% 이상 하락하고, 3일 상장한 인공치아 제조기업 하스가 상장 첫날 7% 상승에 그치자 일각에선 공모주 투자 열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6~7월 9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투자자들이 상장 첫날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2800선을 회복하고 증시 유동자금이 풍부해 공모주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증시주변자금인 투자예탁금과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은 최근 각각 60조원, 8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은 만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공모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IPO 본부장은 “공모주 시장은 유통시장의 영향을 받는다”며 “코스피지수 상승에 힘입어 대어급 IPO 기업이 상장을 시도한다면 공모 물량이 늘어나고, 다시 시장의 활기를 불러오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