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가며 2900선을 목전에 두자 증시 대기성 자금이 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57조2311억원을 기록했다. 4일 53조449억원에서 5거래일 만에 4조1862억원 급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겨 놓은 일종의 증시 대기성 자금이다.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두거나 팔고 찾지 않은 돈으로, 국내 증시의 투자 관심도를 가늠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투자자예탁금은 감소세가 뚜렷했다. 1~4일에만 5조2656억원이 빠져나갔다. ‘박스피’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한 뒤 증시를 이탈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코스피지수가 2800대 후반까지 치솟자 실탄을 쟁여두는 이들이 증가했다는 평가다. 12일 코스피지수가 1.19% 내려가며 잠시 주춤하자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551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재반등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증권사도 하반기 지수 전망을 긍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신증권이 최고 32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 메리츠증권(3150) 삼성증권(3150) 등도 3000 돌파를 예상했다.

미국 대형주가 주춤한 점도 국내 증시 주변 자금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11일 미 증시에선 엔비디아(-5.57%) 테슬라(-8.44%) 등 빅테크 주가가 크게 내렸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미 증시에서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가장 많이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 같은 추세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다시 빅테크 중심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도 큰 만큼 개인투자자 선호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