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반등하고 있다.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는 데다 일본 당국도 엔화 약세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진짜 바닥 왔나"…엔화 노출 美ETF 일제히 반등 조짐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이달 들어 3% 상승했다. 올해 엔화 가치가 줄곧 약세를 보이고 미국 국채 금리가 널뛰면서 13% 하락했지만 최근 들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엔화 가치와 미국 장기 국채 가격의 상승을 노리고 올해 들어 이 ETF를 1421억원어치 사들였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는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4억3374만달러(약 597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면 엔화 가치 하락세도 끝을 향해 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9월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96.3%로 예상하고 있다. 한 달 전보다 28.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 1일 대비 0.247%포인트 하락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진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컸기 때문인데,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엔화가 다시 반등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일본 당국도 엔저에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둔화세를 보이자 엔화 가치는 한때 2%대 급등했다. 하루 상승 폭 기준으로 2022년 말 이후 최대치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일각에서는 일본 당국이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파는 방식의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일본 당국은 올해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9조7885억엔(약 84조7000억원) 규모의 시장 개입을 했다고 발표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본의 지난 시장 개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경제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금리를 섣불리 올리기 어렵다 보니 일본 자체적으로 엔화 약세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엔화는 약세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엔화 노출 미국 장기채 ETF도 바닥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