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매각이 이뤄지면 한양증권의 주인은 창립 68년 만에 처음으로 바뀐다. 14일 서울 여의도동 한양증권 본사.  강은구 기자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매각이 이뤄지면 한양증권의 주인은 창립 68년 만에 처음으로 바뀐다. 14일 서울 여의도동 한양증권 본사. 강은구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증권회사 매물은 ‘귀한 몸’이다. 원매자는 많지만 매물은 한정돼 있어서다.

지난 5월 우리금융그룹이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기 전 마지막 증권사 M&A는 6년 전 이뤄졌다. 2018년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이 차례로 매각된 뒤 시장에서 ‘증권사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한양대 재단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피치 못해 한양증권 매각을 추진하자 원매자들이 앞다퉈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이다.

자산운용과 시너지 노리는 KCGI

[단독] '귀한 몸' 증권사 매물로…우리금융·강성부펀드 참전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이 강소 증권사 한양증권을 매물로 내놓은 건 재단 산하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양산업개발은 지난해에만 496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한양산업개발의 PF 우발채무는 40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더해 한양대병원이 전공의 파업 여파로 경영난에 빠지자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한양증권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양증권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건 KCGI다. KCGI는 2018년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가 창업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한진칼과 오스템임플란트 등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주의를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KCGI는 구체적인 인수 방식과 구조, 자금 조달 계획 등도 어느 정도 정했다. 대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동시에 한양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양증권의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KCGI는 외부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뒤 인수하는 방식 대신 한양증권을 자회사로 품기로 했다. 인수 자금은 KCGI에 증자해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KCGI는 지난해 자산운용사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한 데 이어 한양증권까지 품어 증권업에 진출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양증권 인수 이후에는 기존에 강점이 있던 채권 운용과 IB 분야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과거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채권 전문가다. 토큰증권발행(STO) 등 신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잡음 없는 거래 종결에 방점

우리금융그룹도 한양증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기 전에도 여러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양증권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한양증권 대주주 측의 매각 의지가 크지 않았고, 조건 등에서도 이견이 있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우리금융그룹은 한국포스증권 인수 이후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증권사를 추가로 사들일 뜻이 있다고 밝혀왔다.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다음달 1일 출범할 예정인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으로 업계 18위다. 자기자본이 약 5000억원인 한양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13위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공들이고 있는 IB 경쟁력 강화에도 한양증권 인수가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금융업권에서는 LX그룹이 한양증권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LX그룹은 지난해 HMM과 전주페이퍼 인수를 검토하는 등 최근 M&A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양증권 인수를 통해 신사업으로 증권업에 도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