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배달 출혈경쟁서 한발 뺀 배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간 무료 배달 경쟁이 뜨겁다. 업계 2위 쿠팡이츠가 1위 배민을 겨냥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월부터 월 4900원을 내는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을 시작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유료회원 약 1400만 명을 보유한 쿠팡의 음식배달 시장 침투는 위협적이다. 서울·수도권에선 배민을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약 60%를 점유한 배민이 쿠팡이츠의 도발을 두고 볼 리 없다. 역시 무료 배달 서비스로 맞불을 놓으며 수성에 나섰다. 소비자들은 당장은 즐겁다. 1인 가구나 젊은 맞벌이 부부 중에는 한 달에 열 번 이상 배달앱을 이용한다는 사람도 많다. 월 2만~3만원을 아낄 수 있으니 배달앱의 경쟁은 반갑기만 하다.

외식업주·소비자에 비용 전가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배달앱 업체로선 이익 감소 및 적자 확대를 감수하면서 배달료를 대신 내주는 ‘출혈’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 시기 문제일 뿐 지혈이 필요하다. 방법은 두 가지다. 소비자에게 다른 방식의 이용료를 부과하거나 외식업주가 내는 중개 수수료를 올리는 것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절대강자는 배민이다. 쿠팡이츠의 추격이 맹렬하다고 해도 배민의 월간활성이용자는 약 2100만 명으로 쿠팡이츠(약 700만 명)보다 세 배가량 많다. 실적도 비교가 안 된다. 배민은 지난해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8억원을 거뒀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배달앱 간 경쟁이 격화할수록 상대적으로 불리한 쪽은 쿠팡이츠와 요기요다. 배민으로선 출혈을 버티면서 추격자들의 도전을 제압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배민이 먼저 지혈을 시작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입점업체가 내는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3%포인트 올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신 외식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일부 내린다. 더하고 빼기를 해 보면 외식업주 부담은 전체적으로 늘고 배민의 수익은 커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음달부터 배민 이용자가 무료 배달을 받으려면 월 3990원의 유료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배당금 확대 위한 '꼼수' 비판도

배민에 입점한 자영업자 반발과 이용자 이탈이 뻔한데도 요금제를 개편한 것은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9년 배민을 40억달러에 인수한 DH는 배민이 2022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자 4127억원을 배당금으로 빼갔다.

외국 기업이 투자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배당금을 가져가는 것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다만 DH가 투자한 글로벌 사업이 한국을 제외하면 부진한 데다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스스로 밝힌 것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배민의 요금제 개편이 지속 가능한 사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자금이 필요한 모회사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DH가 국내 배달시장 혁신을 주도해온 기업의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게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