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첫 북한이탈주민의 날
탈북자 새터민 탈북민…. 북한을 빠져나온 동포에 대한 지칭들이다. 순 한글과 한자를 섞어 만든 새터민이 한때 많이 쓰였으나 북한 체제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온 이에 대한 정체성이 배제된 데다 난민 이미지가 있다는 등의 부정적 이유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국내의 일부 종북 인사는 목숨 걸고 탈출한 이들을 배신자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탈북 주민을 배신자라고 하는 이들의 소속감이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법률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그렇게 돼 있다. 이 법 제2조에는 “‘북한이탈주민’이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어제(7월 14일)가 마침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1997년 7월 14일 이 법이 시행된 것에서 비롯됐다. 기념일은 지난 1월 제정됐다. 어제 첫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 해결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대한민국을 이뤄가는 중요한 토대”라며 “탈북민 포용은 그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년간 그대로인 정착지원금을 늘리고, 이들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그만큼을 정부가 지원하는 ‘미래행복통장’ 제도도 약속했다. 정착지원법 제1조에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의 주민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생활 영역에서 신속히 적응·정착하는 데 필요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이 업무를 제대로 해야 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무모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가려진 측면이 강하지만, 북한 인권문제는 경시돼선 안 될 중대사다. 남북관계에서뿐 아니라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그렇다. 윤 대통령이 “해외 탈북자도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선원 2명에게 안대를 씌워 판문점으로 강제 송환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