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는 떨어지는데 유독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금리만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금리가 내리는 것은 물가 상승세 완화와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한은이 금리 인하 조건으로 밝힌 바 있는 2.3~2.4%에 진입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3.0%로 둔화해 글로벌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하나·우리은행 등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신한은행도 15일부터 인상한다. 은행들은 전세대출 금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상에 나서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금리 하락기에 되레 주택 관련 대출금리를 올리는 뒷배엔 금융당국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대출 현장 점검까지 으름장을 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렇게 나서는 것을 완전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최근 들어 집값이 뛰고 그 여파로 가계부채가 불어나고 있어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제대로 찾았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핵심이 정책금융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폭 6조3000억원 중 저소득 무주택자를 위한 디딤돌대출과 청년층을 위한 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이 3조8000억원으로 60%를 웃돈다. 5월엔 이 비중이 67%에 이르렀다.

이렇게 따지면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에 속도 조절을 요청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무작정 은행을 지목하고 때릴 일은 아니다. 은행을 죄면 주택대출 수요가 보험사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때는 ‘두더지 잡기’처럼 2금융권도 때릴 텐가. 정책금융과 대출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당국이 멋대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부동산 과열을 잡자고 소비자 이자 부담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