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총기 규제 이슈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중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이스턴대 제임스 폭스 범죄·공공정책학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지역 매체 인터뷰를 통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암살 시도와 개브리 기퍼즈 연방하원의원(민주당) 피격 때도 총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총기 규제를 트럼프 캠페인의 주요 쟁점으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대학 중퇴생 존 힝클리가 쏜 총탄에 가슴을 맞았지만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구했다. 당시 그의 옆에 있던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은 머리에 총을 맞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브래디는 1993년 면허가 없는 개인에게 권총을 판매·배송·양도하기 전에 5일의 대기 기간을 두는 ‘브래디법’이 통과되는 데 일조했다.

기퍼즈 하원의원은 2011년 애리조나 투손의 한 슈퍼마켓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던 중 암살범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사건 이후 범죄자와 정신질환자는 총기를 소유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총기 규제 운동이 미 전역에서 일어났다.

용의자가 이번 사건에 사용한 무기는 군용 M-16을 민수용으로 개량한 AR-15 소총이다. 총기 난사범들이 주로 사용해 악명이 높다. AR-15를 비롯한 반자동 소총의 규제는 민주·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중 하나다. 민주당은 규제 강화를, 공화당은 총기 소유의 자유를 앞세워 반대하고 있다.

이번 총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기 규제 관련 입장이 바뀔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총기협회(NRA) 연례 회의에 참석해 “두 번째 임기에는 (총기 휴대 소지의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에 대한 조 바이든의 모든 공격을 물리칠 것”이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