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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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료 방송이 역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넷플릭스의 시청 경험에 대응할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파이’가 줄기 시작했다. 보조금으로 국내 경쟁 업체의 가입자를 빼앗는 데 골몰하는 구태를 반복하는 업계가 ‘코드커팅’ 시대를 앞당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유료 방송 월평균 가입자는 3631만106명을 기록했다. 상반기(3634만7495명)보다 0.1% 감소한 수준이다. 직전 반기 대비 유료 방송 가입자 수가 꺾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인터넷TV(IPTV) 서비스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뒤처진다고 지적한다. 국내 3대 IPTV는 가장 낮은 요금제를 가입했을 때 한 달에 내야 하는 비용이 각각 1만5400원(KT), 1만6500원(SK브로드밴드), 1만7490원(LG유플러스)이다. 기본 이용료에 셋톱박스 대여료를 더한 금액이다. 이마저도 3년 약정을 해야 적용받을 수 있는 할인가다.

넷플릭스는 월 5500원짜리 광고형 스탠더드, 월 1만3500원짜리 스탠더드, 월 1만7000원짜리 프리미엄 요금제를 두고 있다. 최저가를 기준으로 하면 가격 차가 세 배에 달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료 방송은 지난 방송을 보려면 편당 1000원 이상 결제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구독 고객에게 자체 제작 영화, 시리즈 등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청 기기의 제약도 상당하다. 넷플릭스는 TV, 모바일, 태블릿PC 등 여러 기기를 오가며 시청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유료 방송은 TV가 전부다. 일부 업체가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적고 편의성도 떨어진다.

자발적인 신규 가입이 늘지 않자 유료 방송 사업자 대부분이 가입하면 40만원어치 상품권을 주는 식의 출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IPTV는 모회사인 통신사가 마케팅을 주도한다. 무선통신(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법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휴대폰, IPTV 결합 상품에 사은품이나 상품군을 얹어주는 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