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12일 대구 용학로 수성스퀘어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12일 대구 용학로 수성스퀘어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모수개혁부터 먼저 하는 방안도 열어놔야 합니다. 연금개혁으로 피해를 본 청년층도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서 앞서 달리고 있는 한동훈 후보가 지난 12일 대구 용학로 수성스퀘어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연금개혁은 ‘해법’도, ‘범인’도 없는 문제”라며 “세대별 이해관계가 달라 해결도 어렵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모수개혁 방식이 ‘시한폭탄’을 뒤로 미뤄놓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치는 때론 미봉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하되, 필요하다면 모수개혁안을 우선 처리하는 안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21대 국회는 지난 5월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모수개혁 방안을 마련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시 대통령실과 여당은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모수개혁안 처리에 반대했다.

구조개혁과 관련해 한 후보는 “인공지능(AI) 혁명 등으로 생산력이 우상향하는 사회가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장기적인 구조개혁 논의에는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을 청년층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세대별로 연금 구조를 다르게 재편하는 신구 연금 분리는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후보는 해결이 시급한 또 다른 민생 현안으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꼽았다. 예정대로 내년 과세가 시행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금투세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재명 ‘일당 독재’가 돼 가는 과정에서 (중산층에 호소하기 위한) ‘양념’을 친 것 아니냐. 실제 그런 의지가 있나”라며 “이재명표 정책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한 활로를 찾는 방식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금투세를 협상 테이블로 올려야 한다”며 “진짜 민생과 국민의 행복을 기준으로 경쟁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시장의 파이를 키워 우상향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AI와 반도체 등 신산업이 블록화되고, 각 국가가 보조금 전쟁을 벌이는 등 미래를 좌우할 만한 중요한 흐름 속에 와 있다”며 “경쟁을 장려하며 새로운 산업혁명의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당정 관계를 통해 당을 재건해 나가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과 저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완전히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며 “민심을 기준으로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좋은 정치’를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총선 당시 내걸었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 시점에 우리 스스로 대안이 되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할 것”이라며 “민심을 받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가 네거티브로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면서도 “지금은 변화가 필요할 때다. 진짜 ‘변화’를 말하는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덧붙였다.

대구=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