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미국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내홍으로 갈라진 민주당에 이어 전당대회를 여는 공화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템포 빨리 '트럼프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슈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할 것 없이 모든 뉴스는 트럼프로 통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나 피벗에 대한 기대도 잊혀졌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도 수그러들었습니다.
사진=AP
사진=AP
범법자로 공격받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테러 피해자를 넘어 순교자가 돼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인식을 뒤바꿀 태세입니다.

새로운 트럼프 월드가 가져올 변화를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사회생의 대명사 된 트럼프 귀

사진=AP
사진=AP
그동안 여러 미국 대통령들이 테러의 희생양이 돼왔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4명이 정치 테러범의 총탄에 희생됐습니다. 1865년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1881년 제20대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 1901년 제25대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1963년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이 그들입니다.

반면 행운이 함께한 대통령들도 많았습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3월 워싱턴 힐튼호텔 앞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존 힝클리(당시 25세)가 쏜 총에 가슴을 맞았지만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을 건졌습니다.
사진=AP
사진=AP
제38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수차례 암살될 위기에 처했지만 살아났습니다. 제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1933년 2월 총알을 피했습니다. 대신 그 옆에 있던 앤톤 서막 시카고 시장이 총탄을 맞았습니다. 제28대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12년 진보당 후보로 다시 대선에 출마했을 때 연설 도중 총을 맞았지만, 상의에 넣어둔 두꺼운 연설문과 안경집에 총알이 맞으면서 목숨을 건졌습니다.

1972년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뛰던 조지 월리스 당시 앨라배마 주지사도 총격을 받은 뒤 살아남았습니다. 대신 평생을 하반신 마비를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대세론 굳혔지만…아직 모르는 트럼프 운명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장에서 120m 가량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날아온 총알을 맞았지만 운좋게 살았습니다. 오른쪽 귀를 스치면서 큰 부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곳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자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였습니다.

지지층 결집시킨 '트럼프의 주먹'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트럼프의 귀가 행운의 상징이 됐다면 트럼프의 주먹은 결집력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연단에서 퇴장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친 '싸우라'(Fight)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구호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제 트럼프를 수식하던 1·6 의사당 난입' 사건은 사라졌습니다. 정치적 박해와 테러의 희생자 이미지가 더 커졌습니다.
사진=AP
사진=AP
이런 상황에서 15일부터 미국 밀워키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립니다. 미국 대선의 대표적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전당대회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서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AFP
사진=AFP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밀워키에서 영웅이자 투사가 될 것이며 심지어 복음주의적 지지층들로부터는 메시아로 추앙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대하는 것은 지지율 상승과 기부금 증가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암살 시도로 인해 트럼프 지지층이 결집하고 정치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암살 시도 사건 이후 하루 만에 10%포인트 상승한 70%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사진=AFP
사진=AFP
이런 흐름 속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지지율 상승폭과 기부금 증가 규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전처럼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낸다면 지지층을 모을 수 있겠지만 중도층 표심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단결과 통합의 연설을 한다면 중도층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테러를 당한 뒤 통합에 다가가는 비정치적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수세이 몰릴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고령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트럼프의 상승세는 곧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인플레를 보는 파월의 눈

뉴욕증시의 온기는 7대 기술주에서 다른 종목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주택 관련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팬데믹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월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한 영향입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 9월에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90%를 넘어섰습니다.
사진=AFP
사진=AFP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파월 의장은 15일 워싱턴 국제클럽에서 대담을 합니다. 이 자리에서 6월 CPI를 단지 1개월짜리 지표로 보고 있을 지 그래도 좋은 징조라고 해석할 지가 관심입니다. 여기에 트럼프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파월 의장 입장에서 그 부분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절대 대선 전까지 금리를 내리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파월 의장 외에 아드리아나 쿠글러 Fed 이사(16일)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17일),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17일), 미셸 보먼 Fed 이사(18일)도 공개석상에 섭니다.
대세론 굳혔지만…아직 모르는 트럼프 운명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이들은 인플레이션 외에 미국 경기에 대해서도 평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16일에 소비 지표인 6월 소매판매가 나오고 17일엔 6월 산업생산 지표가 공개됩니다. Fed의 경기 종합보고서인 베이지북(17일)과 6월 경기선행지수(18일)도 발표됩니다.

9월 글로벌 피벗설 힘얻나

대세론 굳혔지만…아직 모르는 트럼프 운명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어닝 시즌도 이어집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금융주들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빅테크 중 넷플릭스도 실적을 내놓고 ASML, TSMC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습니다.
사진=AP
사진=AP
유럽중앙은행(ECB)는 18일에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 이미 지난달 금리를 인하해 이번달엔 동결할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습니다. 대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9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힌트를 줄 지가 관전포인트입니다. 지난달 피벗을 한 캐나다도 16일에 나올 6월 CPI가 완화 흐름을 보인다면 9월 인하 대열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대세론 굳혔지만…아직 모르는 트럼프 운명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영국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입니다. 영국은 첫 금리 인하 시점이 8월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7일에 발표될 6월 근원 CPI가 얼마나 완화할 지가 초점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