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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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미국의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위즈’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인수 금액은 약 230억 달러(약 31조6000억원)로 알파벳 인수 거래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설립 4년 만에 120억달러 가치 평가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파벳이 위즈 인수 협상을 위한 세부 단계를 논의 중이며 몇 주 안에 거래가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알파벳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가 될 전망이다. 직전 최대 인수 규모는 2012년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125억달러)였다.

위즈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대규모 데이터에서 보안 위험을 찾아내 제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버 보안업체다. 아사프 라포포트 최고경영자(CEO) 등이 2020년 1월 설립했다.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고 이스라엘에도 추가 사무소를 뒀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회사들과 거래하고 있다.

위즈는 설립 1년 6개월 만에 연간 반복 수익(ARR) 1억 달러를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연간 반복 수익 3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0억달러 자금 조달 당시 기업 가치는 120억달러(약 16조5000억원)로 평가됐다. 세쿼이아 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 인덱스 벤처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캐피탈들의 투자를 받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 승기 잡아야”

다른 빅테크 기업 대비 보수적인 인수 행보를 보인 구글이 30조원이 넘는 대규모 인수에 나선 것은 그만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클라우드 시장은 값비싼 서버와 하드웨어, 운영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기업이 늘면서 급성장 중이다. 특히 생성 AI가 발달할수록 클라우드에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업로드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에 기술 기업들은 클라우드에서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린 ‘만년 3위’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구글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고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2년 전에는 54억달러에 또 다른 사이버 보안업체 맨디언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WSJ은 “이번 거래는 중요한 성장 분야임에도 경쟁사에 뒤처져있는 알파벳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거래는 최근 스타트업들이 고전하는 와중에 나온 대형 거래라 더 주목받는다. 저금리 환경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던 스타트업 업계는 최근 높은 금리로 투자 한파를 겪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독점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하고 있어 이번 거래가 규제로 인해 좌절될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은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 반독점 규제 당국의 면밀한 조사를 고려할 때, 알파벳 같은 대형 기술 기업의 이러한 대규모 인수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