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통신사들이 보이스피싱 근절에 나섰다.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디지털 신기술을 만나 고도화하는 데 따른 조치다.

휴대폰 개통 회선 축소…'보이스피싱' 막는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1일부터 휴대폰 개통 제한 기간을 늘렸다.

지금까지는 30일 내 3회선을 개통할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는 180일 내 3회선만 가능하다. 개통할 수 있는 휴대폰 회선이 연간 36회선에서 6회선으로 줄어든 셈이다. 오는 11월부터는 휴대폰 개통 시 신분을 확인하는 방식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발급 일자 등만 확인하던 방식에서 신분증 사진 진위까지 판독하는 방식으로 강화된다.

기업이나 기관이 대량으로 문자를 보낼 때 사용하는 문자 재판매 서비스의 진입 장벽도 높인다. 연 2조원대 규모인 문자 발송 시장은 낮은 진입 장벽으로 문자 재판매 사업자가 지난 5월 기준 1178개에 달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 불법 스팸 문자를 대량 유통하는 업체들이 있어 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사업자 등록을 위한 자본금 요건을 5000만원에서 3억원 수준으로 높이고 현장 조사, 시정명령 등을 통해 관리 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휴대폰 해외 로밍 서비스를 악용해 지인 사칭 문자를 발송하는 새로운 수법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국제 발송 문자에 ‘국제 문자’라고 표시하는 것은 물론 로밍 휴대폰 문자에 대해서도 ‘로밍 발신’ 안내 문구를 표시해 해외에서 국내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는 피싱 문자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다른 사람의 휴대폰 번호를 도용해 인터넷상으로 50건 이상 대량 문자가 발송되면 번호 소유주에게 문자를 보내 알려주기로 했다. 자기 번호가 범죄에 도용되지 않도록 돕고 추가 피해도 막는다는 취지다. 발신 번호를 조작해 전화 문자를 발신한 경우 해당 회선은 물론 연결된 전화 회선 문자 발송계정 전체를 차단 처리하는 등 전화번호 차단 정책도 강화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SK텔레콤은 정부와 협력해 보이스피싱 조기 탐지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보유한 범죄 통화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전화 통화 도중 상대가 개인 정보를 요구하면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KT는 지난 11일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번호를 네트워크상에서 긴급 차단할 수 있는 긴급 망 차단 서비스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범죄 회선을 정지하려면 최소 만 하루가 걸렸지만, 긴급 망 차단 시스템을 도입해 범죄 혐의 회선의 수발신을 바로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도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등 외부에 데이터를 연동하지 않은 온디바이스 AI로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음성 통화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