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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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이후에는 대학교수, 판·검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 업무도 인공지능(AI) 기술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AI로부터 안전한 일자리는 더 이상 없다는 분석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요셉 연구위원은 15일 'AI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 방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르면 2030년에는 업무의 90%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9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70% 이상의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일자리가 39%에 달했는데 AI 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고위험 일자리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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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별로 보면 전체 업무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는 직업은 2030년 기준 주방장 및 요리 연구가(100%), 세탁원(100%), 재봉사(100%), 각종 기계 조작원(100%) 등으로 조사됐다. 국회의원(64%), 고위공무원(64%), 대학교수(64%), 판·검사(69%), 변호사(74%) 등은 자동화 가능 업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모두 50%를 넘었다.
2030년 기준 자동화 가능 업무 비중을 나타낸 직업별 분류./사진=KDI 보고서 캡처
2030년 기준 자동화 가능 업무 비중을 나타낸 직업별 분류./사진=KDI 보고서 캡처
한 연구위원은 "2030년 이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던 직업군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자리가 매우 높은 자동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임금이 낮을수록 자동화 가능성이 높고 월 9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직종에서는 다시 자동화 가능성이 소폭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AI 도입은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위원에 따르면 AI 영향률이 10% 상승할 경우 지역 내 남성 청년의 임금 근로는 3.3%포인트 감소했다. 여성 청년의 임금 근로는 5.3%포인트 하락해 AI 도입에 따른 충격이 남성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기술 이해도가 높아 채용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증분석 결과 AI 영향률 확대는 유독 청년층 고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이라는 게 한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기존 인력을 쉽게 내보낼 수 없는 기업 입장에선 AI 도입 후 신규 채용을 줄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재직자에 대해선 조직 내 재배치나 업무 변화로 대응하는 한편 신규 채용을 축소해 인력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AI 도입이 가속화돼 청년층이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한다면 청년 실업과 이와 연결된 만혼·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AI 등장으로 인한 청년 고용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선 교육의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한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공 간 칸막이가 심해 입학한 과 그대로 대학을 졸업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구조 아래에선 AI 등 기술 변화에 대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 전공을 바꿀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게 중요하다"며 "전공별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청년의 진로 선택 관점에선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