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은 남자한테도 언니라고 했던 거 알고 가실게요 [서평]
"샴푸하고 드라이하실게요. 고개 살짝 들어 보실게요. 펌이 참 예쁘게 나오셨어요."

미용실 등에서 종종 듣게 되는 과한 높임법은 어법으로 따지자면 분명히 틀린 표현이다. 그러나 어법에 맞게 "머리 감기고 말려 드리겠습니다. 고개 드세요. 머리가 잘 지져졌네요"라고 말하는 것도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다.

국어학자 한성우 인하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말씨, 말투, 말매무새>에서 일상생활의 말이 꼭 규범과 사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과하게 상냥한 말투라면 그 역시 존중해야 할 선택이란 설명이다. 한 교수는 "바른 말 혹은 맞는 말이란 규범이나 언어 예절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라, 모든 말을 하는 '말의 주인'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 제목 중 말씨는 흔히 사투리라고 말하는 지역 방언을 가리킨다. 말투는 연령, 성별, 계층 등에 따라 달라지는 일종의 사회 방언이다. 말씨와 말투가 말의 씨줄과 날줄로 엮인 결과가 말짜임과 말매무새다.
서울 사람들은 남자한테도 언니라고 했던 거 알고 가실게요 [서평]
표준어는 맞는 말이고, 사투리는 틀린 말이란 인식은 잘못됐다. 사투리를 빼놓고서는 한국어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때때로 경상도 말씨는 '어'와 '으'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놀림의 대상이 되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성조로 구분이 가능하다. 표준어 발음에선 구별이 힘들어진 '개'와 '게'도 전북 서해안에선 뚜렷이 구별해서 발음한다.

어휘와 표현에서도 사투리에서 가져올 좋은 말들이 많다. 제주도 말의 '삼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부모와 비슷한 세대의 모든 이웃들을 부르는 말이다. 과거 서울 경기 지역에선 남녀 구분 없이 동성의 손위 상대를 '언니'라고 불렀다. 모두 정감 있으면서도 차별 없이 들리는 표현들이다.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시절' 혹은 '시저리'란 말은 바보나 멍청이란 말과 달리 한구석에 관심과 애정이 담겨 있다.

매끄러운 말매무새를 위해선 말하는 상대와의 관계, 상황, 태도, 내용에 따라 말을 알맞게 짤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가족, 친구, 일터, 정치, 문서, 가상공간 등 구체적인 상황에서 적절한 말매무새를 제안한다. 가령 가족 안에서의 호칭은 단순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는 시아버지·시어머니와 장인·장모가 분명히 구별됐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양가 부모 모두에게 아버지·어머니나 아빠·엄마를 쓰기도 한다. 일터에선 직급이나 나이 등의 변수를 없애고 모두를 서로 '님'으로 높여 서로를 존중하고 일에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