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점 시장 뚫더니…한국기업, 中 판매로 '400억 잭팟' [민지혜의 알토란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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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의 알토란 中企]
산업용 열교환기 제조업체 동화엔텍
100억짜리 열교환기 중국에 첫 판매한 한국 기업
김동건 대표 "100년 기업 꿈 이룰 것"
해기사 출신 부친 이어 가업 승계
연료공급시스템(FGSS) 등 첫 국산화
산업용 열교환기 제조업체 동화엔텍
100억짜리 열교환기 중국에 첫 판매한 한국 기업
김동건 대표 "100년 기업 꿈 이룰 것"
해기사 출신 부친 이어 가업 승계
연료공급시스템(FGSS) 등 첫 국산화
"창업주인 부친 뜻을 이어받아 바르게 제대로, 100년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선박, 플랜트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열교환기 제조업체 동화엔텍의 김동건 대표는 창업주인 김강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16년부터 경영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해양대 기관과를 나와 해기사로 배를 타다가 대한해운공사의 공무과장을 지냈다. 1980년 이 회사를 창업했는데 가업을 잇기 위해 김 대표를 2012년 7월 부사장으로 불러들였다.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한중과 석사를 마친 김 대표는 1992년 오리온에 입사해 20년간 오리온 중국 지사의 요직을 맡아왔다. 그야말로 '중국통'인 그가 가족을 두고 한국에 온 건 부친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외국산에 의존하던 열교환기를 국산화하고 100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부친의 가업승계 의지가 강했다"며 "10여년간 설득 끝에 회사로 들어와 그때부터 조선업과 열교환기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열교환기는 액체나 기체 등의 연료를 엔진으로 공급할 때 필요한 온도변화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냉장고, 에어컨 같은 생활가전에도 들어가는데 이 회사가 만드는 건 선박, 플랜트, 수소충전소 등 산업용 제품이다.
김 대표가 합류한 뒤 동화엔텍은 중국 시장을 뚫고 해외 수출국을 다변화했다. 그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올해 2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그는 조선업황 부진 때도 코로나 때도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기존 열교환기의 100분의 1 크기에 기능은 더 업그레이드한 콤팩트형 열교환기(PCHE), 열교환기, 압축기, 펌프, 밸브 등을 연결한 연료공급시스템(FGSS) 개발에 잇달아 성공했다.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국내 조선사뿐 아니라 해외 조선사, 해운사에 직접 제품을 수출하게 된 효자 상품들이다.
김 대표는 "2014년 정부의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 열교환기에서 시스템 사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때 개발한 열교환시스템(FGSS)을 2019년 연말께 중국 선박에 처음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열교환기에 펌프, 압축기, 밸브, 그리고 탱크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은 한 척당 100억원에 달하는데 이걸 4대 판매한 것"이라며 "수주 직후 코로나가 터져서 실무자들이 중국 현지에서 엄청 고생했지만 시스템 회사로 도약하는 첫 걸음을 내디딘 계기"라고 강조했다. 콤팩트형 열교환기(PCHE)도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고온이나 초저압, 고압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디면서 사이즈는 기존의 100분의 1로 줄인 열교환기다. 김 대표는 "그동안 외국산에만 의존하던 콤팩트형 열교환기를 국산화한 건 동화엔텍이 최초"라며 "선박, 플랜트도 점점 경량화하기 때문에 성능은 더 좋으면서 사이즈,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콤팩트형 제품을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으로 2022년엔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으로도 선정됐다.
향후 성장 동력이 될 제품은 수소충전소용 열교환기다. 김 대표는 "수소차량 탱크에 수소를 많이 주입하려면 높은 압력을 가해야하는데 압력이 높으면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 온도를 낮춰주는 열교환기가 필수"라며 "이 제품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수소충전업체에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LNG 해상 인수기지(LNG FSRU)에서 도시가스 발전소까지 배관으로 연결할 때 필요한 고압기화기, 대용량 수소 충전시설과 출하시설에 필요한 수소 압축기 개발에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안전하게 송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용량 수소압축기는 올 가을에 1호 제품을 부산 회동 수소버스충전소에 판매할 예정"이라며 "열교환기에 이어 수소압축기, 수소 기화 액화 시스템, 연료공급시스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줄곧 열교환기를 국내 조선소에 판매해왔다. 이는 '간접수출'로 분류되는데 외국 해운사에 '직접수출'을 한 건 FGSS, PCHE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동화엔텍의 직접수출은 2020년 2783만달러(약 385억원)에서 지난해 9369만달러(약 1296억원)로 3.4배가량 뛰었다. 간접수출을 포함한 전체 수출액도 4411만달러(약 610억원)에서 1억2101만달러(약 1674억원)로 2.7배 이상 늘었다. 수출액 증가는 기술 개발과 맞닿아 있다. 이 회사는 냉열 회수 방식의 액화 수소 충전시스템, 요소수 공급시스템, 액화수소를 이용한 수소 충전시스템, LNG 연료탱크 펌프용 필터청소 기능이 구비된 연료공급 시스템 등의 기술을 개발했다. 열교환 기기에서 시스템으로, 선박용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압 LNG용 열교환기는 액체 천연가스를 기체로 바꿔 배관망에 넣어주는 대형 열교환기로, 4년여간 개발 끝에 미국이 독점하던 이 시장을 뚫었다.
김 대표는 "동화엔텍의 LNG용 대형 열교환기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90%에 달한다"며 "정부의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6개 기술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이 회사의 제품은 해수를 증발시켜 불순물을 제거해 깨끗한 물로 만들어 선박 내에 제공해주는 조수기(FWG),선박대형엔진용 공기 냉각기, 선박용 해수 공급 제어 시스템(ESS), LNG용 고압 기화기, 연료공급시스템(FGSS), LNG 압축기 등이다.
동화엔텍은 비상장사다. 기업공개(IPO)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지금은 대규모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계획이 없다"며 "투자하고 싶다는 제안은 많이 받았지만 당장은 자체 자금으로 운영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엔텍은 업종 특성상 80% 이상이 엔지니어다. 30여명이 근무하는 연구소(동화기술원)도 운영한다. CEO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바르게 제대로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아버지의 꿈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자율경영, 기술선도, 인재존중이라는 3가지 핵심가치를 이어가면서 직원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선박, 플랜트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열교환기 제조업체 동화엔텍의 김동건 대표는 창업주인 김강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16년부터 경영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해양대 기관과를 나와 해기사로 배를 타다가 대한해운공사의 공무과장을 지냈다. 1980년 이 회사를 창업했는데 가업을 잇기 위해 김 대표를 2012년 7월 부사장으로 불러들였다.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한중과 석사를 마친 김 대표는 1992년 오리온에 입사해 20년간 오리온 중국 지사의 요직을 맡아왔다. 그야말로 '중국통'인 그가 가족을 두고 한국에 온 건 부친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외국산에 의존하던 열교환기를 국산화하고 100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부친의 가업승계 의지가 강했다"며 "10여년간 설득 끝에 회사로 들어와 그때부터 조선업과 열교환기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가업 이어받아 수출국 다변화에 성공
열교환기는 액체나 기체 등의 연료를 엔진으로 공급할 때 필요한 온도변화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냉장고, 에어컨 같은 생활가전에도 들어가는데 이 회사가 만드는 건 선박, 플랜트, 수소충전소 등 산업용 제품이다.
김 대표가 합류한 뒤 동화엔텍은 중국 시장을 뚫고 해외 수출국을 다변화했다. 그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올해 2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그는 조선업황 부진 때도 코로나 때도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기존 열교환기의 100분의 1 크기에 기능은 더 업그레이드한 콤팩트형 열교환기(PCHE), 열교환기, 압축기, 펌프, 밸브 등을 연결한 연료공급시스템(FGSS) 개발에 잇달아 성공했다.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국내 조선사뿐 아니라 해외 조선사, 해운사에 직접 제품을 수출하게 된 효자 상품들이다.
김 대표는 "2014년 정부의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 열교환기에서 시스템 사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때 개발한 열교환시스템(FGSS)을 2019년 연말께 중국 선박에 처음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열교환기에 펌프, 압축기, 밸브, 그리고 탱크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은 한 척당 100억원에 달하는데 이걸 4대 판매한 것"이라며 "수주 직후 코로나가 터져서 실무자들이 중국 현지에서 엄청 고생했지만 시스템 회사로 도약하는 첫 걸음을 내디딘 계기"라고 강조했다. 콤팩트형 열교환기(PCHE)도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고온이나 초저압, 고압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디면서 사이즈는 기존의 100분의 1로 줄인 열교환기다. 김 대표는 "그동안 외국산에만 의존하던 콤팩트형 열교환기를 국산화한 건 동화엔텍이 최초"라며 "선박, 플랜트도 점점 경량화하기 때문에 성능은 더 좋으면서 사이즈,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콤팩트형 제품을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으로 2022년엔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으로도 선정됐다.
향후 성장 동력이 될 제품은 수소충전소용 열교환기다. 김 대표는 "수소차량 탱크에 수소를 많이 주입하려면 높은 압력을 가해야하는데 압력이 높으면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 온도를 낮춰주는 열교환기가 필수"라며 "이 제품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수소충전업체에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LNG 해상 인수기지(LNG FSRU)에서 도시가스 발전소까지 배관으로 연결할 때 필요한 고압기화기, 대용량 수소 충전시설과 출하시설에 필요한 수소 압축기 개발에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안전하게 송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용량 수소압축기는 올 가을에 1호 제품을 부산 회동 수소버스충전소에 판매할 예정"이라며 "열교환기에 이어 수소압축기, 수소 기화 액화 시스템, 연료공급시스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고 설명했다.
해외 해운사 뚫고 직접수출 늘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줄곧 열교환기를 국내 조선소에 판매해왔다. 이는 '간접수출'로 분류되는데 외국 해운사에 '직접수출'을 한 건 FGSS, PCHE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동화엔텍의 직접수출은 2020년 2783만달러(약 385억원)에서 지난해 9369만달러(약 1296억원)로 3.4배가량 뛰었다. 간접수출을 포함한 전체 수출액도 4411만달러(약 610억원)에서 1억2101만달러(약 1674억원)로 2.7배 이상 늘었다. 수출액 증가는 기술 개발과 맞닿아 있다. 이 회사는 냉열 회수 방식의 액화 수소 충전시스템, 요소수 공급시스템, 액화수소를 이용한 수소 충전시스템, LNG 연료탱크 펌프용 필터청소 기능이 구비된 연료공급 시스템 등의 기술을 개발했다. 열교환 기기에서 시스템으로, 선박용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압 LNG용 열교환기는 액체 천연가스를 기체로 바꿔 배관망에 넣어주는 대형 열교환기로, 4년여간 개발 끝에 미국이 독점하던 이 시장을 뚫었다.
김 대표는 "동화엔텍의 LNG용 대형 열교환기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90%에 달한다"며 "정부의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6개 기술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이 회사의 제품은 해수를 증발시켜 불순물을 제거해 깨끗한 물로 만들어 선박 내에 제공해주는 조수기(FWG),선박대형엔진용 공기 냉각기, 선박용 해수 공급 제어 시스템(ESS), LNG용 고압 기화기, 연료공급시스템(FGSS), LNG 압축기 등이다.
동화엔텍은 비상장사다. 기업공개(IPO)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지금은 대규모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계획이 없다"며 "투자하고 싶다는 제안은 많이 받았지만 당장은 자체 자금으로 운영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엔텍은 업종 특성상 80% 이상이 엔지니어다. 30여명이 근무하는 연구소(동화기술원)도 운영한다. CEO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바르게 제대로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아버지의 꿈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자율경영, 기술선도, 인재존중이라는 3가지 핵심가치를 이어가면서 직원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