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 연주자 윤은화가 자신의 독주회에서 2집 앨범 ‘Fe’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윤은화 제공
양금 연주자 윤은화가 자신의 독주회에서 2집 앨범 ‘Fe’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윤은화 제공
사다리꼴의 평평한 상자 위에 금속 줄이 얹힌 양금이란 악기는 현악기 같다. 하지만 대나무를 깎아 만든 가는 채로 줄을 쳐서 연주해야 한다. 한국전통음악 가운데 유일한 타현(打絃)악기다. 유럽의 덜시머가 18세기 중국을 거쳐 영조 때 조선에 들어와 정착한 악기인데, 일부 궁중음악에 쓰였다.

중국 옌볜에서 나고 자라 북한 양금을 손에 익힌 연주자 윤은화(41).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향을 찾아 스무 살에 한국에 왔다. 중국에서는 양금이 대중적인 악기지만 한국은 불모지였다. “인생을 걸고 양금을 알리자”고 마음먹었다.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중국의 개량 양금 제작 공장을 뚫고, 국내 대학에 양금 전공 과정을 개설해냈다. “양금을 전공하는 대학이 하나도 없었어요. 세계적으로 뿌리가 깊고 저변도 넓은 양금이 한국에서 저평가된 걸 보고 참을 수 없었어요. 악기부터 일단 알리자고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무대를 준비 중인 그를 최근 서울 역촌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양금은 현악기와 타악기 두 얼굴을 지녔어요. 한국 현악기는 실을 사용하지만 양금은 철을 사용해서 소리가 매우 독특합니다. 화려한 기교도 가능하고 강하게 내리쳐도 끄떡없어요.”

국악계에 ‘산조’라는 장르가 유행하면서 가야금과 거문고는 일찍이 독주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명주실이 아니라 철을 사용하는 현악기인 양금은 독주 악기로는 인기가 없었다. 농현(줄떨림)이 잘 안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타악기계에서도 양금의 입지가 좁기는 마찬가지였다.

윤씨는 한국양금협회장 자격으로 헝가리에 본부를 둔 세계양금협회에 2013년 태극기를 꽂았다. 그는 “올해 11월에는 세계양금협회 주최 콩쿠르가 서울에서 열린다”며 “20년의 노력이 비로소 하나의 결실을 봤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윤씨는 17일 여우락 페스티벌에 ‘페이브(Pave)’라는 이름의 공연을 올린다.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낸 자신의 여정을 관객에게 알려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제목이다. 다양한 악기와 협연하지만 주인공은 양금이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현악적인 특성보다는 타악기로서의 면모를 많이 보여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윤씨는 “페이브를 통해 지난해 작곡한 곡들을 대거 처음 선보인다”며 “사물놀이의 장단에 어울리는 빠른 속도에 기반해 양금이 현란한 화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