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건 동화엔텍 대표가 영하 163도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기화시키는 초저온 열교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김동건 동화엔텍 대표가 영하 163도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기화시키는 초저온 열교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선박·플랜트용 열교환기 생산을 넘어 연료공급시스템(FGSS) 전문 회사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산업용 열교환기 제조업체인 동화엔텍의 김동건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 화전동 본사에서 “외국산에 의존하던 열교환기와 FGSS 등을 처음 국산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창업주 김강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16년부터 경영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열교환시스템에 이어 친환경 수소 충전소용 열교환기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수출국 다변화에 성공

열교환기는 액체나 기체 등의 연료를 엔진으로 공급할 때 필요한 온도 변화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김 대표는 오리온 중국지사에서 20년가량 근무한 중국통이다. 2012년 동화엔텍에 합류한 뒤 중국 시장을 뚫고 해외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공로로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올해 2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조선 업황이 부진했던 팬데믹 시기에도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기존 열교환기의 100분의 1 크기에 기능은 더 업그레이드한 콤팩트형 열교환기(PCHE), 열교환기에 압축기, 파이프, 펌프, 밸브 등을 연결한 FGSS 개발에 잇달아 성공했다. 김 대표는 “2014년부터 개발한 100억원짜리 열교환시스템을 2019년 중국 선박 4척에 처음 공급했다”며 “시스템 회사로 도약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계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콤팩트형 열교환기를 국산화한 것도 동화엔텍이 최초”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제품은 수소충전소용 열교환기다. 김 대표는 “수소차량 탱크에 수소를 많이 주입하려면 높은 압력을 가해야 하는데 압력이 높으면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온도를 낮춰주는 열교환기가 필수”라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인수기지에서 도시가스 발전소까지 배관으로 연결할 때 필요한 고압 기화기, 대용량 수소 충전시설과 출하시설에 필요한 수소 압축기 개발에도 성공했다.

팬데믹 때 늘린 R&D가 주효

동화엔텍 "수소충전용 열교환기가 새 먹거리"
동화엔텍은 창업 이후 줄곧 열교환기를 국내 조선소에 판매해왔다. 외국 해운사에 ‘직접수출’한 건 FGSS, PCHE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면서다. 동화엔텍의 직접수출액은 2020년 2783만달러(약 385억원)에서 지난해 9369만달러(약 1296억원)로 3.4배가량 뛰었다. 전체 수출액도 4411만달러(약 610억원)에서 1억2101만달러(약 1674억원)로 2.7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2511억원으로 전년(1292억원)보다 94% 이상 급증했다.

수출액 증가는 기술 개발과 맞닿아 있다. 이 회사는 냉열 회수 방식의 액화 수소 충전시스템, 요소수 공급시스템, 액화수소를 이용한 수소 충전시스템 등의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고압 LNG용 열교환기는 액체 천연가스를 기체로 바꿔 배관망에 넣어주는 대형 열교환기다. 동화엔텍의 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동화엔텍은 비상장사다. 기업공개(IPO)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투자하고 싶다는 제안은 많이 받았지만 당장은 자체 자금으로 운영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