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트럼프 피격 전부터 흔들린 민주당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고등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있는 애나는 남편과 함께 다섯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다. 원래는 맨해튼 인근에 신혼집을 구했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뉴저지주로 이사 왔다. 대만계 미국인인 셰인 또한 맨해튼에 있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엔지니어로 일하지만 집은 뉴저지주에 있다. 남편은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네 살짜리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뉴저지주에 사는 이유를 이민자들 때문이라고 답했다. 뉴욕시에 불법 이민자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뉴욕시 내 공립학교의 이민자 가정 학생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치안 문제도 사람들을 괴롭힌다. 밤 9시부터 새벽 5시 사이 맨해튼에선 노숙자 무리를 발견할 수 있다.

줄고 있는 뉴욕시 인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많아지면서 굳이 맨해튼 인근에 거주할 이유도 줄었다. 치솟는 집값 역시 문제다. 같은 가격이면 다른 지역에서 훨씬 더 넓은 집을 구할 수 있다.

뉴욕시 인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약 7만8000명이 떠나 뉴욕시 인구는 826만 명으로 줄었다. 2022년 12만6000명 이상의 뉴욕주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특히 뉴욕시에서는 2020년 4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8세 이상 성인 인구가 4.7% 줄어들었는데 5세 미만 아동 인구는 12.5%나 감소했다.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주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인근 지역인 코네티컷주와 뉴저지주 인구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자산가들이 플로리다주로 이주하는 사례도 늘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023년 최소 5만8581명이 뉴욕주 운전면허증을 플로리다주 운전면허증으로 바꿨다. 플로리다주는 소득세는 물론이고 자본이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플로리다주의 대표 도시 마이애미는 유입 인구가 많아져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무능한 민주당

뉴욕시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현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시의 재정 적자는 2025회계연도에 51억달러, 2027회계연도에는 7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줄면서 세수 부족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민주당 텃밭인 뉴욕시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율을 낮추고 치안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법 이민자를 떠안는 뉴욕시의 이민정책을 지금보다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뉴욕시 및 뉴욕주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오히려 포퓰리즘 정책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그간 예고한 맨해튼 혼잡통행료 징수 방침을 전격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부담이 우려된다는 이유였지만 표심을 잡으려는 게 속뜻으로 해석됐다.

뉴욕시만 이런 게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등 민주당 텃밭으로 알려진 대도시들은 적자 예산과 치안, 마약, 교육 질 저하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 사건 이전에도 이미 민주당의 지지 기반은 약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능한 민주당’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