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에 내놓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최첨단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에서 양산한다. 그동안 업계에서 예상한 7~8㎚보다 훨씬 고도화한 공정으로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은 초미세 공정을 통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고성능·저전력 HBM4를 생산해 SK하이닉스에 내준 HBM 패권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인 HBM4의 로직 다이 제작에 4㎚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로직 다이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의 가장 밑단에 배치되는 핵심 부품으로 D램을 컨트롤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HBM3E까지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로직 다이를 제조했지만, HBM4부터는 각각의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맞춤형’으로 넣어야 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메모리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최강자인 대만 TSMC와 ‘HBM4 동맹’을 맺은 이유다.

4㎚ 파운드리는 70%가 넘는 수율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간판 공정’이다. 갤럭시 S24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엑시노스 2400’ 칩도 이 공정으로 제조한다. 나노미터 숫자가 낮을수록 똑같은 크기의 웨이퍼에 더 많은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는 만큼 연산 속도는 빨라지고 전력 사용량은 줄어든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4㎚ 공정은 7~8㎚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칩 성능과 전력 사용량 측면에서 엄청난 강점이 있다”며 “10㎚대 공정으로 HBM3E를 제작하는 삼성이 단번에 4㎚를 적용하기로 했다는 것은 ‘HBM 역전’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