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 "불확실함과 싸운 30대, 지금의 내가 좋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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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졸업' 서혜진 역 배우 정려원
"혜진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지금의 저라서 더 잘 표현한 거 같아요. 저의 30대는 항상 불확실함과 싸우는 시간이었어요. 연출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깔려 있었죠. 그러다 2022년 디즈니플러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를 만났고, 촬영하면서 자신을 믿고 연기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좋아요. '졸업'이 운명 같아요."
제작발표회 때부터 내내 언급된 배우 정려원의 '졸업 운명론'은 드라마가 끝난 후까지 이어졌다. tvN 주말드라마 '졸업'을 마친 정려원의 애정이 얼마나 컸는지 인터뷰 내내 엿볼 수 있었다. 휘발되는 자기 생각들을 붙잡고 싶어 일기를 쓰지만, 사후 누군가 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이니셜로 적을 만큼 신중하고 섬세한 성정의 소유자인 정려원이다. 최근에는 "이니셜로 쓰니 저도 나중에 보니 못 알아보겠다"며 "아무도 모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그곳에 모든 생각과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는 정려원이었다.
그런 그가 일기장에 "같이 일하고 싶다"고 적은 인물이 '졸업'의 연출자인 안판석 감독이었다. 정려원은 "일기에 쓴 지 얼마 안 돼 '졸업' 출연 제안을 받았다"며 "이렇게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내가 준비됐다면 만나게 된다고 생각했고, 대본도 보지 않고 매니저에게 '빨리한다고 얘기하라'고 말했다. 대본을 보기 전부터 '인생작'이라 느꼈는데, 읽어보니 더 제 인생작이 될 거 같았고, 드라마가 종영한 지금 인생작이 됐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졸업'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을 배경으로 스타 강사와 신입 강사로 나타난 발칙한 제자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학원 강사들의 다채롭고 밀도 있게 그렸다는 평을 받으며 정려원이 연기한 서혜진과 위하준이 맡은 이준호 커플에 응원이 이어졌다.
"더는 전문직 드라마는 그만하고, 멜로를 하고 싶다"는 정려원의 눈에 '졸업'은 "그 느낌 나지 않았다"고. 그런데도 "1부에서 혜진이 학교로 찾아가 선생님과 대담하는 장면을 보니 제가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제가 서혜진의 나이였던 5, 6년 전에 이 역할을 맡았다면 오히려 못했을 텐데, 42살이 된 지금의 저라서 더 잘 해내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이 공교육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쳤다는 일각의 반응에는 "저 역시 불편함이 될 수 있다고 이해했다"며 "극 중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졸업'은 초반부 서혜진과 이준호의 관계와 서사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중반부부터 휘몰아친다. 정려원도 "제가 처음에 생각한 건 소나기 같은 멜로였다면, '졸업'은 가랑비같이 서서히 스며들고 어느 순간 흠뻑 젖어있는 멜로였다"면서 "이런 것도 좋은 거 같다"면서 두 눈을 더욱 반짝였다.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들며 커플이 된 서혜진, 이준호의 스킨십 장면도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정려원도 "한 번에 찍어서 그렇게 나올지 몰랐다"면서 웃었다. 연인과 스킨십 장면 촬영 경험이 없던 위하준이 '뚝딱'이는 모습을 보고 "제가 자연스럽게 리드했다가 감독님의 저지에 저도 뚝딱거렸다"는 정려원은 "실수하고 어색해서 웃음이 터진 장면들도 모두 방송으로 나왔다. 그게 실제 연인 같은 느낌이더라"라며 안판석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열심히 찍고 있는데 감독님이 뒷짐 지고 등장하시더니 '혜진이는 '모쏠'(모태 솔로)이야' 하고 가셨어요. 치열한 사교육 현장에 내던져져 연애할 시간이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게 서툰 거죠. 제가 하준 배우 보다는 많이 찍어봤으니까,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저도 능숙하면 안 되니 서로 뚝딱이게 됐어요."
화제의 베드신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다됐다'고 하더라"라며 "이게 '한 테이크로 갈 일인가' 생각은 해서 저도 '어떻게 나올까' 생각했는데, 방송에서 보니 너무너무 야하더라. 역시 다른 레벨의 분이다. 역시 배운 분"이라고 말했다. 정려원에게 "배운 변태라는 말이냐"고 반문하자, "제 입으로 나온 건 아니다"면서도 부인하지 않아 웃음을 자아냈다.
정려원은 어린 시절 호주에서 성장했다. 그룹 샤크라로 데뷔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호주에서 생활했다. 한국의 치열한 입시 교육을 받지 않았던 정려원은 "호주에선 옆집 언니, 오빠한테 문제 알려달라고 하는 정도였지 학원도 없고, 과외 개념도 없었다"며 "그래서 처음에 대치동 학원에서 수업을 참관했는데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국어를 배운 것도 '졸업'이 처음이었다"며 "호주에선 한국어를 잃어버릴까 봐 엄마가 책을 구해주셔서 억지로 읽었는데, 서혜진을 연기하며 '한국에서 공부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저 역시 문과를 택했을 거 같다"고 고백했다. 혜진의 스타일링 중 적지 않은 소품, 의상이 정려원 개인의 소장품일 정도로 각별한 애정으로 만든 캐릭터였다. 혜진이 학원가를 떠나 다른 길을 가는 선택을 하는 것에도 정려원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며 흔들림 없는 애정을 내비쳤다.
"학원을 떠나는 게 혜진에겐 졸업이었던 거죠. 그로 인해 성장하고요. 좋은 스승이자 어른이 되는 게 혜진의 졸업이었고, 준호는 혜진이 원하는 사랑을 주는 게 졸업이 됐던 거 같아요. '졸업'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도 이런 메시지 때문인 거 같아요. 저처럼 일만 했던 사람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모두 공감할 수 있었으니까요."
'졸업'을 통해 정려원 역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정려원은 마지막 촬영을 마친 후 "저에겐 콤플렉스였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졸업한 거 같다는 일기를 썼다"며 "'시간이 있었다면 이렇게도 해보고, 이렇게 해볼걸'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벗어났다. 그러고 나서 '인사이드 아웃2' 불안이를 보며 제 얘기 같아 빵하고 터졌다"고 고백했다.
일기장에 "만나고 싶은 이상형에 대해 적은 건 없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다"면서 웃었다. 정려원은 "연상이었으면 했고, 이해심이 많아 품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썼다"며 "사람을 겪어보니 연상을 고집했다. 그런데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혜진도 미완성이 어른 아닌가. 그래서 준호를 보면서 배운 것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준호가 이상형이냐"는 말에 바로 "맞다"고 답하지 않아 폭소케 했다. 정려원은 "준호는 한번 싸우면 풀파워로 싸운다"고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안판석 감독 예찬을 이어갔던 정려원이었다. 그에게 "차기작을 같이 하는 거냐"고 농담을 섞어 묻자 "안 그래도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안 감독님이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고, 그래서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함께하면서 더 좋아졌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저를 불러주시면 언제든 달려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저랑 다음에도 같이 하자'고 문자 보냈는데, 23분 만에 '그래'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오케이인 거로 알겠습니다.(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제작발표회 때부터 내내 언급된 배우 정려원의 '졸업 운명론'은 드라마가 끝난 후까지 이어졌다. tvN 주말드라마 '졸업'을 마친 정려원의 애정이 얼마나 컸는지 인터뷰 내내 엿볼 수 있었다. 휘발되는 자기 생각들을 붙잡고 싶어 일기를 쓰지만, 사후 누군가 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이니셜로 적을 만큼 신중하고 섬세한 성정의 소유자인 정려원이다. 최근에는 "이니셜로 쓰니 저도 나중에 보니 못 알아보겠다"며 "아무도 모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그곳에 모든 생각과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는 정려원이었다.
그런 그가 일기장에 "같이 일하고 싶다"고 적은 인물이 '졸업'의 연출자인 안판석 감독이었다. 정려원은 "일기에 쓴 지 얼마 안 돼 '졸업' 출연 제안을 받았다"며 "이렇게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내가 준비됐다면 만나게 된다고 생각했고, 대본도 보지 않고 매니저에게 '빨리한다고 얘기하라'고 말했다. 대본을 보기 전부터 '인생작'이라 느꼈는데, 읽어보니 더 제 인생작이 될 거 같았고, 드라마가 종영한 지금 인생작이 됐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졸업'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을 배경으로 스타 강사와 신입 강사로 나타난 발칙한 제자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학원 강사들의 다채롭고 밀도 있게 그렸다는 평을 받으며 정려원이 연기한 서혜진과 위하준이 맡은 이준호 커플에 응원이 이어졌다.
"더는 전문직 드라마는 그만하고, 멜로를 하고 싶다"는 정려원의 눈에 '졸업'은 "그 느낌 나지 않았다"고. 그런데도 "1부에서 혜진이 학교로 찾아가 선생님과 대담하는 장면을 보니 제가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제가 서혜진의 나이였던 5, 6년 전에 이 역할을 맡았다면 오히려 못했을 텐데, 42살이 된 지금의 저라서 더 잘 해내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이 공교육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쳤다는 일각의 반응에는 "저 역시 불편함이 될 수 있다고 이해했다"며 "극 중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졸업'은 초반부 서혜진과 이준호의 관계와 서사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중반부부터 휘몰아친다. 정려원도 "제가 처음에 생각한 건 소나기 같은 멜로였다면, '졸업'은 가랑비같이 서서히 스며들고 어느 순간 흠뻑 젖어있는 멜로였다"면서 "이런 것도 좋은 거 같다"면서 두 눈을 더욱 반짝였다.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들며 커플이 된 서혜진, 이준호의 스킨십 장면도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정려원도 "한 번에 찍어서 그렇게 나올지 몰랐다"면서 웃었다. 연인과 스킨십 장면 촬영 경험이 없던 위하준이 '뚝딱'이는 모습을 보고 "제가 자연스럽게 리드했다가 감독님의 저지에 저도 뚝딱거렸다"는 정려원은 "실수하고 어색해서 웃음이 터진 장면들도 모두 방송으로 나왔다. 그게 실제 연인 같은 느낌이더라"라며 안판석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열심히 찍고 있는데 감독님이 뒷짐 지고 등장하시더니 '혜진이는 '모쏠'(모태 솔로)이야' 하고 가셨어요. 치열한 사교육 현장에 내던져져 연애할 시간이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게 서툰 거죠. 제가 하준 배우 보다는 많이 찍어봤으니까,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저도 능숙하면 안 되니 서로 뚝딱이게 됐어요."
화제의 베드신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다됐다'고 하더라"라며 "이게 '한 테이크로 갈 일인가' 생각은 해서 저도 '어떻게 나올까' 생각했는데, 방송에서 보니 너무너무 야하더라. 역시 다른 레벨의 분이다. 역시 배운 분"이라고 말했다. 정려원에게 "배운 변태라는 말이냐"고 반문하자, "제 입으로 나온 건 아니다"면서도 부인하지 않아 웃음을 자아냈다.
정려원은 어린 시절 호주에서 성장했다. 그룹 샤크라로 데뷔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호주에서 생활했다. 한국의 치열한 입시 교육을 받지 않았던 정려원은 "호주에선 옆집 언니, 오빠한테 문제 알려달라고 하는 정도였지 학원도 없고, 과외 개념도 없었다"며 "그래서 처음에 대치동 학원에서 수업을 참관했는데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국어를 배운 것도 '졸업'이 처음이었다"며 "호주에선 한국어를 잃어버릴까 봐 엄마가 책을 구해주셔서 억지로 읽었는데, 서혜진을 연기하며 '한국에서 공부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저 역시 문과를 택했을 거 같다"고 고백했다. 혜진의 스타일링 중 적지 않은 소품, 의상이 정려원 개인의 소장품일 정도로 각별한 애정으로 만든 캐릭터였다. 혜진이 학원가를 떠나 다른 길을 가는 선택을 하는 것에도 정려원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며 흔들림 없는 애정을 내비쳤다.
"학원을 떠나는 게 혜진에겐 졸업이었던 거죠. 그로 인해 성장하고요. 좋은 스승이자 어른이 되는 게 혜진의 졸업이었고, 준호는 혜진이 원하는 사랑을 주는 게 졸업이 됐던 거 같아요. '졸업'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도 이런 메시지 때문인 거 같아요. 저처럼 일만 했던 사람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모두 공감할 수 있었으니까요."
'졸업'을 통해 정려원 역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정려원은 마지막 촬영을 마친 후 "저에겐 콤플렉스였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졸업한 거 같다는 일기를 썼다"며 "'시간이 있었다면 이렇게도 해보고, 이렇게 해볼걸'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벗어났다. 그러고 나서 '인사이드 아웃2' 불안이를 보며 제 얘기 같아 빵하고 터졌다"고 고백했다.
일기장에 "만나고 싶은 이상형에 대해 적은 건 없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다"면서 웃었다. 정려원은 "연상이었으면 했고, 이해심이 많아 품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썼다"며 "사람을 겪어보니 연상을 고집했다. 그런데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혜진도 미완성이 어른 아닌가. 그래서 준호를 보면서 배운 것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준호가 이상형이냐"는 말에 바로 "맞다"고 답하지 않아 폭소케 했다. 정려원은 "준호는 한번 싸우면 풀파워로 싸운다"고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안판석 감독 예찬을 이어갔던 정려원이었다. 그에게 "차기작을 같이 하는 거냐"고 농담을 섞어 묻자 "안 그래도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안 감독님이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고, 그래서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함께하면서 더 좋아졌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저를 불러주시면 언제든 달려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저랑 다음에도 같이 하자'고 문자 보냈는데, 23분 만에 '그래'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오케이인 거로 알겠습니다.(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