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 5월 렌터카를 이용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차량 파손 시 자기 부담금이 없다는 사업자 측 말을 듣고 '슈퍼자차' 보험에 가입한 A씨는 반납일 차량에 일부 훼손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해 직원에게 이를 알리고 보험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자는 사고 발생 사실을 즉시 통보하지 않아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수리비 20만원을 청구한 것이다. A씨는 이러한 내용이 약관에 없다며 수리비 환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렌터카 이용이 증가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접수된 렌터카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174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행 수요가 몰리는 7~9월 접수된 건수가 519건(29.8%)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지역별로는 내륙 1083건(62.1%), 제주가 639건(36.7%), 해외 21건(1.2%) 등이었다. 사유는 계약 및 사고 관련 분쟁이 1342건(77%)으로 대다수였다.

특히 2022년까지는 계약해제나 해지, 계약 불이행 등 계약 관련 분쟁이 많았으나, 지난해에는 사고 발생에 따른 분쟁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3년 접수된 사고 관련 분쟁 617건을 사유별로 보면 수리비 등의 과다 청구 피해가 458건(74.2%)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면책 또는 보험 처리 거부가 107건(17.3%)이었다.

렌터카를 반납할 때 견적도 없이 수리비와 면책금을 일괄 청구하거나 수리 후 정비명세서나 소요 비용 등의 증빙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문제도 상당수 발생했다. '완전자차', '슈퍼자차'라는 이름으로 렌터카 사업소가 고가에 판매하는 별도의 자차보험(차량손해면책제도) 상품에 대한 분쟁도 여럿 보고됐다.

사업자 측에선 차량 파손에 따른 모든 비용을 전액 면책(보상)해준다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면책 한도가 낮아 초과 수리비를 내야 하거나 단독 사고 시 아예 면책 적용을 하지 않는 등 예외를 둔 경우가 많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이 경우 차량 훼손 또는 사고 발생 시 현장에서 즉시 사업자에게 알리고 수리가 필요한 경우 견적서와 정비명세서를 요구해야 한다. 소비자원은 "자차보험 가입 전 용어에 현혹되기보다 약관상의 자기부담금 존재 여부, 면책 한도, 면책 제외 범위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원은 여름 휴가철 렌터카 수요가 집중되는 제주도에서 소비자 피해 예방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달 중순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도내 렌터카 업체를 방문해 대여 약관, 차량 정비 상태 등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예약부터 반납까지 단계별로 유의 사항을 담은 홍보지를 제작해 주요 관광지에 배포할 방침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