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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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며 2차전지 관련주 투자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정도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긴밀한 관계도 이같은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차전지株 일제히 하락트럼프 대세론에 투심 약화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하루 만에 4% 가까이 하락했다. 엘앤에프(-3.26%), 삼성SDI(-0.66%), 에코프로머티(-0.39%), SK이노베이션(-0.09%) 등 유가증권시장의 2차전지주가 일제히 파랗게 질렸다. 코스닥 코스피 시장 주요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비엠도 0.66% 밀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사건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지지층을 결집하자 힘을 얻은 '트럼프 대세론'에 2차전지주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중 총격을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쪽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들어 올리며 '싸우자'고 외쳤고, 지지자들은 크게 호응했다. 건강·인지능력 논란에 휩싸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71%로 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IRA 폐기 공약LG엔솔, 보조금 빼면 2분기 영업손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IRA 수정을 공약했다. IRA 상 세액공제와 보조금이 줄어들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실적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올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잠정)은 1953억원이었으나 IRA에 따른 세액공제(4478억원)를 제외하면 영업손실은 2525억원에 달했다.

배터리 전방산업인 전기차(EV) 시장의 성장세도 둔화할 전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 연비규제가 사실상 폐지되며 전기차 시장은 2년간 역성장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연비규제를 폐지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관련주가 상승세를 타려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회복돼야 한다"며 "트럼프의 재선이 유력한 것을 감안하면 전기차 시장 회복 시점은 미국 대선 이후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전기차 판매량은 1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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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업종 전망은 어둡지만,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머스크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실제로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장중 7%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머스크 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그의 빠른 회복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머스크 CEO는 트럼프를 지원하는 정치 활동 단체 '아메리카 팩'에 거액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가 '트럼프 사단'의 경제 참모로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피습 영향에 대해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를 폐기하기로 공약했기 때문에 2차전지주엔 부정적인 이슈로 볼 수 있다"면서도 "머스크 CEO가 이번 사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있는 만큼 테슬라를 비롯한 국내 테슬라 밸류체인(가치사슬) 종목은 단기 강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정책 후퇴 예상보수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일각에선 머스크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연이 '친환경 정책 후퇴'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친환경 정책'에 대한 시각차가 차별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일관적"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미국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면 전기차 보조금도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한 연구원은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성장 눈높이가 낮아진 것은 국내 배터리 업체에 부정적"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종목은 피하고, 추가 하락 여지가 낮은 종목에 중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