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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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 제작진이 사측의 일방적인 개편에 반발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진행된 KBS 1TV '추적60분' 긴급 기자회견에서 현재 프로그램 메인 연출자인 김민회 PD는 "비정상의 총집합"이라며 개편 과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민회 PD는 "개편 과정에서 실무자와 데스크급들도 의견 청취는 물론 결정 과정에 어떤 의견도 개진하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사교양프로그램, 수십년 동안 쌓아온 유산을 뺏기기 일보직전"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설명은 '기자가 만들든, PD가 만들든 우리가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은 보도시사본부로 간다'는 거였다"며 "회사는 PD들이 작은 논쟁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극심한 피로를 주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PD들의 제작 기회, 시청자 알권리를 박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한번에 빼앗는 조치"라며 "형식적으로는 이관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해체다. 우리는 이관을 반대한다. 회사가 어떤 의도, 목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적60분'은 1983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의 탐사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사회 문제점들을 취재 방송했고,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이 KBS를 대표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으로 꼽혀왔다. 영생교 계보와 실체를 파헤친 '충격 해부 죽음의 영생교' 편(1995년 3월 12일), 아시아 최대 규모 미군 폭격 훈련 실체를 알린 '매향리에도 봄은 오는가' 편(2000년 3월 23일)을 포함해 미전향 장기수 문제, 세월호 침몰,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을 보도해 왔다.

최근에도 '마약을 처방해드립니다', 'N번방의 비극', ''쉬었음' 청년 70만, 전 낙오자인가요' 등의 방송이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KBS 조직개편안에서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부서를 이동하게 돼 논란에 휩싸였다. '추적60분'은 앞서 이명박 정권 당시 김인규 사장이 있던 시절인 2010년 보도본부로 약 3년간 이관된 적이 있다. 당시 '추적60분'에서 방송이 예정됐던 '4대강 사업' 편이 두차례 연기되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추적60분'이 다시 보도본부로 부서가 이동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작진은 "14년 전처럼 보도본부로 이관해 시사교양 PD들의 입을 틀어막겠다"고 반발하며 "공영방송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을 공론장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