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속초의료원·순천향천안병원 등 응급실 의사들 속속 떠나
전공의 복귀마저 요원해지며 필수의료 의사 수급 '비상'
의료공백 장기화에 '응급실 비상'…의사들 사직 잇따르며 '파행'
정부가 제시한 시한이 지났는데도 전공의들의 복귀가 미미한 가운데 가뜩이나 열악한 응급실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응급의학과는 그러잖아도 높은 법적 리스크와 근무 강도 때문에 선호도가 낮은데, 의료공백 장기화를 견디다 못한 전문의들이 속속 병원을 떠나면서 운영이 파행을 맞은 응급실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 한 명이 최근 병원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현재 이곳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육아휴직 1명을 포함해 총 6명인데, 이 가운데 한 명이 관두면 근무하는 전문의는 4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달 공고를 낸 데 이어 이달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응급실 전담의) 5명 모집에 나섰으나, 지원율은 '미미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지방에서도 운영에 파행을 겪는 응급실이 잇따르고 있다.

충남 천안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부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이날 응급의료센터 운영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날 오전 8시부터 17일 오전 8시까지 24시간 동안 운영이 중단되고, 17∼21일에는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야간시간대 운영이 중단된다.

이에 따라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야간 시간대 운영을 중단하는 등 응급의료센터를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의 사직서 제출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현재 남아있는 4명의 전문의 위주로 운영하면서 대체인력 충원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도립 속초의료원도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그만둠에 따라 이달 들어 한 달을 기한으로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에 7일간은 아예 응급실이 운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 14곳의 병의원으로 이송하는 등 응급실 과부하를 막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응급실 비상'…의사들 사직 잇따르며 '파행'
파행 운영하는 응급실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도무지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응급실 운영은 더욱 힘든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복귀·사직 결정 마감일인 전날까지 수련병원에 전공의 복귀 여부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전공의가 아직 복귀하지 않았고 병원의 연락에도 무응답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정오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4%(1만3천756명 중 1천155명)에 그쳤다.

출근자는 이달 12일(1천111명) 대비 고작 44명 늘었다.

전체 수련병원에서 출근한 전공의가 50명도 채 늘지 않은 것으로, 응급의학과는 더더욱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전국에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관두는 병원들이 무척 많다"며 "전국 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도 사람(전문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7∼8월 중 이런 병원들이 수십 곳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내부적으로 응급의학은 완전히 망했다고 얘기한다"며 "응급센터들은 서로 인력을 뺏어오고 있는데, 의사들도 부담이 적고 처우가 좋은 쪽으로 옮겨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