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00㎜ 폭우에 잠기고 무너지고…남해안 곳곳 침수 피해
하루 3천500 차례 낙뢰에 화학공장 정전까지…이례적 기상 현상
전남 서부→전남 동부→경남 서부, 비구름 따라 폭우피해 속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린 남해안 지방에서 16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비 구름대의 이동 경로를 따라서 전남 서부권부터 동부권을 거쳐, 경남 서부지역까지 주택과 농경지 침수, 화학공장 '셧다운' 등 수해가 속출했다.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많은 양을 퍼부은 이날 비는 전남 해남에 200년에 한 번 내릴 확률의 강수량과 전남 전역에 하루 동안 3천500회 넘는 벼락이 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하늘이 뚫린 듯'…1시간 103.5㎜ 폭우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전남지역 누적 강수량은 진도 의신 168.5㎜를 최고로 완도 보길도 156.5㎜, 광양시 153.9㎜, 고흥 도화 142.5㎜, 여수 산단 139㎜, 해남 북일 132㎜ 등이다.

기상 특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지는 호우경보가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 지역에서 발표됐다.

전남 서부→전남 동부→경남 서부, 비구름 따라 폭우피해 속출
새벽 시간대와 낮 한때 1시간 강수량은 진도 의신 103.5㎜, 고흥 도화 85.5㎜, 해남 78.1㎜, 보성군 76.6㎜, 곡성 석곡 41.5㎜, 광양시 34.8㎜ 등을 기록했다.

해남은 7월 1시간 최다 강수량 최고 극값을 새로 쓰기도 했다.

나머지 지점 시간당 강수량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의해 측정됐다.

전남보다 늦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경남에서는 이날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남해 160.1㎜, 하동 금남면 136.5㎜, 사천 신수면 134㎜ 등 경남 서부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호우특보는 곡성·보성·여수·광양·순천 등 전남 5개 지역과 하동·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 등 경남 6개 시·군에 호우 경보가 발효 중이다.

◇ 주택침수 124건·안전조치 128건…인명피해 없어
시간대별 비 구름대 동선을 따라서 남부지방 해안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비 피해가 종일 이어졌다.

이날 0시 21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한 주택에서 노인과 유아를 포함한 일가족 4명이 폭우로 고립될 위기에 처해 소방 당국이 이들을 고지대에 있는 마을 이장 집으로 대피시켰다.

오전 3시 55분께에는 해남군 송지면에서는 농경지 경사로 토사가 주택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주민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로 대피했고, 오전 4시 10분쯤에는 완도군 완도읍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흙탕물이 밀려들어 차량 10여 대가 침수됐다.

전남 서부→전남 동부→경남 서부, 비구름 따라 폭우피해 속출
해남군 화산면에서는 초등학교 바로 옆 건물의 담장이 무너져 비닐로 덮는 임시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여수에서는 오전 3시 33분쯤 여수국가산업단지 한 석유화학업체에서 낙뢰로 정전이 발생해 일부 공정의 가동이 중단됐고, 복구작업 중 배관 균열로 벙커C유가 바다로 흘러가는 유출 사고까지 이어졌다.

낮 12시 43분쯤에는 여수시 화치동 한 화학공장 인접 산자락에서 토사가 비탈을 따라 쏟아져 내렸고, 비슷한 시각 여수시 중흥동 여수산단 내 하천 주변 저지대가 성인 허리까지 물에 잠겨 주차된 차량 일부가 침수됐다.

전남도는 진도 33건, 해남 16건, 완도 11건 등 도내 곳곳에서 총 124건의 주택침수 피해가 발생, 주민 65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피신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산사태 취약지에서는 광양 53세대 61명, 고흥 30세대 45명 등 106세대 150명이 사전 대피했다.

전남소방본부는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침수시설 배수지원 등 총 128건의 안전조치를 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진도 150㏊, 완도 100㏊, 해남 13㏊ 등 벼 재배지 총 279㏊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에서는 총 14건의 비 피해가 접수됐는데, 하동군 금남면과 거제시 장승포동에서 주택과 건물 침수가 각각 발생해 소방 당국이 배수작업을 벌였다.

합천군 야로면에서는 오전 8시께 주택 뒤편 담벼락이 무너져 긴급 안전조치에 나섰다.

다행히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전남·경남 모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서부→전남 동부→경남 서부, 비구름 따라 폭우피해 속출


◇ '200년에 한 번꼴' 해남 강수기록 경신·낙뢰 이례적 현상 관측
전남 22개 시·군 전역에서는 이날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14시간 동안 3천576차례에 달하는 낙뢰가 관측됐다.

지난해 7월 한 달간 같은 지역 4천916차례와 비교하면, 그 72%에 달하는 낙뢰가 이날 하루에 집중된 셈이다.

기상청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비구름(강수 구름)이 장시간 전남 지역에 머물면서 낙뢰 관측 횟수가 폭증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

해남에서는 '200년에 한 번꼴' 확률의 강수 기록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3시 전후로 해남 시간당 강수량은 78.1㎜를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7월 중 해남에 내린 가장 높은 수치의 시간당 강수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서부→전남 동부→경남 서부, 비구름 따라 폭우피해 속출
비 구름대가 좁게 발달하면서 전남 도내에서도 지역별 강수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남부권을 중심으로 120㎜ 넘는 비가 내리는 동안 북부권은 담양 37㎜, 장성 13㎜, 영광 11㎜, 함평 월야 6㎜ 비교적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체전선이 좁고 가로로 길게 만들어진 탓에 지역별로 누적 강수량의 차이를 보였다"며 "강수 구름이 느리게 이동하며 특정 지역에 머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승현 정회성 천정인 정종호 김혜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