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청소부 반복되는 일상에…가출한 조카가 문득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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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일본의 대표배우 야쿠쇼 고지
'성스러운 일상' 잔잔하게 표현
일본의 대표배우 야쿠쇼 고지
'성스러운 일상' 잔잔하게 표현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사진)는 한 남자의 얼굴로 시작되는 영화다. 그 얼굴이 향하는 소소하고 뭉클한 일상. 그리고 영화는 다시 남자의 얼굴로 회귀한다. 놀라운 폭발력을 뿜어내는 얼굴로. 벤더스는 음악과 이미지로, 주인공을 연기하는 대배우 야쿠쇼 고지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애잔하고 세속적인 얼굴로, 세기를 넘어 애장될 것이 분명한 역작을 만들어 냈다.
영화는 도쿄의 공공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가 맞는 아침으로 시작된다. 동네 할머니가 골목을 쓰는 빗자루 소리에 눈을 뜬 그는 싱크대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마친다. 같은 동선을 백 년 넘게 해 오는 것처럼, 그는 한 치의 변주 없이 똑같은 발걸음과 몸놀림으로 작업복을 입고, 청소도구를 챙기고, 신발장 옆에 놓인 동전을 가지고 집을 떠난다.
영화는 그의 하루를 성실하고 빼곡하게, 그러나 애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러닝타임의 반 정도 지점까지 히라야마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히라야마의 일상에 격변이 일어난다. 히라야마의 조카 니코가 가출한 후 그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히라야마는 니코에게 방을 내어주고 골방에서 밤을 보낸다. 니코가 히라야마의 청소일에 동행하기를 원하면서 그의 하루는 새로운 루틴으로 채워진다. 니코는 삼촌의 오래된 물건들, 그리고 그 오래된 일상과 함께하면서 그의 삶의 방식을 사랑하게 된다.
‘퍼펙트 데이즈’는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일을 하는 노년의 남자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일상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다. 이는 단지 그가 청소부지만 루 리드와 더 스미스를 듣고, 윌리엄 포크너를 읽는 지식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시간이라는 존재를 감사해하고, 감사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영화는 다시 히라야마의 얼굴로 돌아간다. 영화의 초반 시퀀스에서 등장했던 똑같은 클로즈업이지만 무언가 대단한 것이 감지되는 얼굴이다. 출근길에 운전을 하는 히라야마의 얼굴은 이번에는 도시의 전경이 아니라 관객을 향한다. 그리고 그는 가장 밝은 웃음으로, 그러나 쏟아지는 눈물을 머금고 정면을 응시한다.
카메라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시간의 역설과 예찬이 닮긴 그의 얼굴을 전시한다. 이어 흘러나오는 ‘필링 굿(Feeling Good).’ 그리고 영화는 한참을 더 기다린다. 우리가 그렇다고 수긍할 수밖에 없는 그 ‘얼굴’과 ‘일상’에 공감할 시간을 남겨주면서. 빔 벤더스와 야쿠쇼 고지가 남긴 이 고귀한 협업은 과연 루 리드와 포크너만큼이나, 혹은 그를 넘어설 정도로 아름다운 생의 찬미이자 사의 찬미가 아닐 수 없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영화는 도쿄의 공공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가 맞는 아침으로 시작된다. 동네 할머니가 골목을 쓰는 빗자루 소리에 눈을 뜬 그는 싱크대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마친다. 같은 동선을 백 년 넘게 해 오는 것처럼, 그는 한 치의 변주 없이 똑같은 발걸음과 몸놀림으로 작업복을 입고, 청소도구를 챙기고, 신발장 옆에 놓인 동전을 가지고 집을 떠난다.
영화는 그의 하루를 성실하고 빼곡하게, 그러나 애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러닝타임의 반 정도 지점까지 히라야마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히라야마의 일상에 격변이 일어난다. 히라야마의 조카 니코가 가출한 후 그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히라야마는 니코에게 방을 내어주고 골방에서 밤을 보낸다. 니코가 히라야마의 청소일에 동행하기를 원하면서 그의 하루는 새로운 루틴으로 채워진다. 니코는 삼촌의 오래된 물건들, 그리고 그 오래된 일상과 함께하면서 그의 삶의 방식을 사랑하게 된다.
‘퍼펙트 데이즈’는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일을 하는 노년의 남자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일상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다. 이는 단지 그가 청소부지만 루 리드와 더 스미스를 듣고, 윌리엄 포크너를 읽는 지식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시간이라는 존재를 감사해하고, 감사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영화는 다시 히라야마의 얼굴로 돌아간다. 영화의 초반 시퀀스에서 등장했던 똑같은 클로즈업이지만 무언가 대단한 것이 감지되는 얼굴이다. 출근길에 운전을 하는 히라야마의 얼굴은 이번에는 도시의 전경이 아니라 관객을 향한다. 그리고 그는 가장 밝은 웃음으로, 그러나 쏟아지는 눈물을 머금고 정면을 응시한다.
카메라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시간의 역설과 예찬이 닮긴 그의 얼굴을 전시한다. 이어 흘러나오는 ‘필링 굿(Feeling Good).’ 그리고 영화는 한참을 더 기다린다. 우리가 그렇다고 수긍할 수밖에 없는 그 ‘얼굴’과 ‘일상’에 공감할 시간을 남겨주면서. 빔 벤더스와 야쿠쇼 고지가 남긴 이 고귀한 협업은 과연 루 리드와 포크너만큼이나, 혹은 그를 넘어설 정도로 아름다운 생의 찬미이자 사의 찬미가 아닐 수 없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