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세론’이 미국 뉴욕증시를 뒤덮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습 사건 이후 ‘트럼프 2.0’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에 투자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다. 총기와 헬스케어 등 친(親)트럼프 산업에 속한 종목이 급등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연관된 종목은 일제히 약세를 띠었다. 투자자들이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관된 자산에 몰려드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총알 탄 총기·보험株…美 증시 '어대트' 열풍

사상 최고 지수…총기·보험 ‘활짝’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1.37% 급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습 사건 이후 처음 열린 이날 뉴욕증시에서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 주가는 한때 50% 뛰어올라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 주가가 급등하면서 대주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순자산도 10억달러(약 1조3860억원)가량 늘었다.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의 제휴 업체이자 보수 성향 동영상 플랫폼을 운영하는 럼블 주가도 20.71% 뛰었다.

통상 여름에 매출이 저조한 총기 관련 종목도 덕을 봤다. 대형 총기 제조 업체 중 유일하게 상장된 스미스앤드웨슨 주가는 이날 11.38% 올랐고 민영 교도소 운영사 지오(GEO)그룹 주가도 9.35% 급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총기 규제를 풀고 교도소를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중단 공약에 관련 헬스케어 업체인 휴메나와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주가 역시 각각 0.56%, 0.75% 올랐다.

이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과 연관된 종목의 주가는 대체적으로 하락했다.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 관련 종목이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 태양광 업체인 선런 주가는 이날 8.95% 급락했다.

트럼프 수혜주가 증시를 견인하면서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3% 오른 4211.72를 기록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으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세웠다. S&P500지수는 0.28% 상승한 5631.22, 나스닥지수는 0.40% 오른 18,472.57에 거래를 마쳤다. 마켓워치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앞으로 뉴욕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불확실성이 줄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소형주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투자자가 중소형주를 잠재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트럼프 프리미엄’ 이어질 것”

이날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세(가격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046%포인트 오른 연 4.231%,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0.058%포인트 뛴 연 4.459%로 마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트럼프 2.0’의 재정·무역 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달러화는 강세를 띠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5% 오른 104.24를 기록했다.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화 대비 멕시코 페소화와 남아프리카 랜드화는 각각 0.8%, 0.6%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주의적 경제 정책이 신흥국 통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몇 달간 금융시장에서 ‘트럼프 프리미엄’이 계속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샘 스토벌 CFRA리서치 수석 투자 전략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 이외에 부상을 입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은 상승 모멘텀(동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