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6주년 제헌절을 맞아 헌법의 가치와 법치를 돌아본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지향 가치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정한 제헌 헌법은 모든 법질서의 기초가 됐다. 아홉 차례 개헌이 있었지만, 자유 헌법으로 민주공화국 국체를 유지했다.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의 본원적 기반도 됐다.

그런 헌법이 도전받고 있다. 헌법을 기반으로 법을 제정하는 국회부터 문제다. 당리당략과 대중 인기에 영합해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 엉터리 법 제정을 마구잡이로 시도한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법안 상당수가 그렇다. 수사 중인 검사들을 탄핵하겠다고 나서며 국가의 형사법 체제를 무력화하려 든다.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비롯해 이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되살려내 한사코 법제화를 시도한다. 이런 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의 과잉 확대, 배상의무자별 손해배상책임 제한으로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더한 문제는 헌법상 대통령과 입법부 간 권한·책임의 균형을 흔들고 무시한다는 점이다. 툭하면 탄핵을 들고나온 민주당은 민간인 신분인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국회가 탄핵 가능한 법안까지 내놨다. 선거철 포퓰리즘 입법에는 좌우 보혁이 따로 없다.

사법부도 법의 수호자로 3권 분립의 한 축을 지키는 고유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고 보기 어렵다. 엉터리 법률이 쏟아져도 오불관언 무기력하고, ‘이재명 재판’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일수록 질질 끌며 ‘지체된 정의’를 반복하기 일쑤다. ‘언더도그마’ 같은 고정관념에 빠진 채 들쭉날쭉한 판결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직전 정부 때 ‘김명수 대법원’의 일탈은 아직 일소되지 않고 있다.

국회와 법원이 헌법 수호를 외면하니 법치주의 확립은 요원하다. 거대 노조가 툭하면 가두를 점령하며 불법 파업을 일삼는 사이 곳곳에서 떼법이 횡행한다. ‘정치적 타결’ ‘사회적 합의’라는 허울 좋은 말로 법치를 무력화하는 일도 허다하다. 마구잡이로 만든 엉터리 법을 내세운 규율이 아니라 헌법에 충실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라야 한다. 그래야 성숙한 민주주의, 경제 발전, 사회 선진화가 가능하다. 제헌절에 한국 법치주의는 과연 안녕한지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