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신진 K뷰티 브랜드들의 약진에 힘입어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2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경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드, 팬데믹 등 여파로 꺼진 K뷰티가 다시 호황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분기 선케어 수요 급증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씨앤씨인터내셔널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40%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코스맥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5767억원, 5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3%, 26.3%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한국콜마 매출은 6643억원으로 10.8%, 영업이익은 642억원으로 15.3%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메카코리아의 2분기 매출은 1313억원으로 13.5%, 씨앤씨인터내셔널은 806억원으로 41.2%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오른 K뷰티…ODM도 실적 신기록 행진
2분기는 선크림, 자외선 차단 제품 등 여름철 선케어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는 계절적 성수기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 제품을 제조하는 화장품 ODM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최근 코스알엑스, 스킨1004, 조선미녀, 라운드랩 등 중소 인디 K뷰티 브랜드들은 혁신적인 제품과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미국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에 쏠려 있던 수출 시장이 다변화한 것도 실적 개선의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K뷰티 수출국은 170개국 이상이다. 특히 세계 1위 화장품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아마존 등 e커머스를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미국에선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화장품의 수요가 높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들은 SNS 등을 통한 양방향 소통을 선호한다. K뷰티 브랜드들은 이런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는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국내 인디 브랜드의 고성장과 수출 호조가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코스알엑스 등 미국서 인기

하반기 실적 전망은 더 밝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아마존 프라임데이, 4분기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등이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ODM 고객사들의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K뷰티가 급성장하자 한국콜마는 북미법인에 글로벌 화장품 시장 전문가를 전진 배치했다. 이날 미국법인 콜마 USA의 총괄 대표이사로 허용철 사장을 선임했다. 허 사장은 한국콜마의 기초·색조 화장품 생산총괄을 거친 제조 분야 베테랑이란 평가를 받는다. 북미법인 글로벌 영업 총괄(GCCO)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ODM기업인 인터코스의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 등을 지낸 필립 워너리를 임명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미국 1공장과 현재 건립 중인 제2공장 등 북미법인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북미는 물론 중남미, 유럽 시장까지 영업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ODM업체들이 호황을 누리자 화장품 원료업체도 ODM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화장품 원료 제조사인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자외선 차단제 등 선케어 제품 ODM 시장 진출을 위해 전용 공장을 착공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