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올초부터 해온 대대적인 사업 재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SK온과 실적이 저조한 SK에코플랜트를 구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를 더해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SK의 미래로 삼은 인공지능(AI) 분야 시너지를 키우는 것이다.
합치고 없애고…SK온·에코플랜트를 살려라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면 자산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자회사인 SK온에 투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악화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조(兆) 단위 이익을 내는 SK E&S를 붙이기로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SK E&S를 ‘수평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조직의 원형을 유지해 사업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 등 2개 자회사를 SK온과 합병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48조9630억원, 영업이익 5746억원을 낸 알짜회사다. 이 회사와 한몸이 되면 SK온이 장기전에 접어든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둔화)을 버텨낼 체력을 갖출 것으로 SK는 기대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5818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331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기아, 미국 포드의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이익을 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SK그룹은 219개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줄이기 위해 매각과 합병도 검토하고 있다. 투자회사 SK스퀘어가 지분을 보유한 23개 기업 중 지난해 이익을 낸 곳은 6개뿐이다. 이에 따라 SK스퀘어는 11번가를 신선식품 배송업체 오아시스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제조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이달 초 매각주관사를 선정했다.

그동안 투자한 사업과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는 베트남 재계 서열 2위인 마산그룹에 투자한 지분 9%를 처분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 베트남 1위 기업 빈그룹에 투자한 지분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2010년부터 운영해온 페루 광구 지분을 지난 2월 3400억원에 매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