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영화계 찬반 대립…'슈퍼배드 4' 유료시사회도 논란
스크린 독과점 놓고 "법으로 규제" vs "소비자 선택권 보장"
올해 상반기 '범죄도시 4'가 극장 스크린을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영화계 내부의 찬반양론이 다시 한번 충돌했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16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안 마련'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범죄도시 4'의 상영점유율이 82%까지 올랐다"며 "앞으로 이들(스크린 배정 권한을 가진 극장)의 목표는 100%인 것 같다.

기록을 깨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영점유율은 일정 기간 국내 극장의 전체 상영 횟수 중 특정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키는 수치로, 영화계에선 통상적으로 상영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스크린 독과점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지난 4월 개봉한 '범죄도시 4'는 개봉 초기 상영점유율이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상 역대 최고치인 82%를 기록했다.

특정 영화의 상영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을 두고 영화계에서는 스크린 배정 권한을 가진 극장이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흥행 가능성이 큰 영화에 '몰아주기'를 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영화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영점유율이 50%를 넘은 영화는 2022년 '범죄도시 2'를 포함해 10편에 달했지만, 지난해 4편으로 줄었다.

그러다가 올해 상반기에만 '범죄도시 4', '인사이드 아웃 2', '파묘', '쿵푸팬더' 등 4편이나 돼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 운영위원은 "(스크린을 독식하는 영화의) 상영점유율은 점점 높아지는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도 "2011년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가 발족해 (스크린의 합리적 배정을 포함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합의도 만들어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며 "이제는 (스크린 독과점 제한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크린 독과점 놓고 "법으로 규제" vs "소비자 선택권 보장"
스크린 독과점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17∼2019년에는 영화별로 스크린을 배정할 때 상한선을 두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 3건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 영화에 스크린이 많이 배정되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제한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시장경제 질서를 깨뜨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극장의 스크린 쏠림 현상은 관객의 선택권을 반영한 것"이라며 "인기 없는 영화에 과도한 스크린을 편성했다면 극장은 규모를 줄이고, 예상보다 높은 인기를 얻는다면 스크린을 늘리면서 탄력적으로 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도시 4'의 스크린 독식 논란에 대해서도 "당시 다른 배급사들이 ('범죄도시 4'와 경쟁을 피해) 영화를 내놓지 않았다.

'범죄도시 4' 개봉 전후로 3주간은 한국 영화 기대작 개봉이 아예 없었다"며 불가피한 현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달 24일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4'가 개봉을 앞둔 이번 주말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개최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제작자 단체는 지난 15일 멀티플렉스 등에 공문을 보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배 이사는 '슈퍼배드 4'의 유료시사회에 대해 "역대급 변칙 개봉"이라고 지적했고, 이 운영위원은 "극장이 또다시 횡포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주최하고 영화진흥위원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