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국내 연구팀이 고지혈증 치료제로 폐섬유증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호흡기내과 김송이 교수·이찬호 강사, 곽세현 용인세브란스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배수한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팀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에제티미브를 복용하면 사망 위험이 최대 62%까지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 호흡기 저널에 실렸다.

폐가 굳어지는 폐섬유증은 폐에 염증이 생겼다가 회복하는 과정에 발생한다. 감염, 자가면역 질환, 방사선 치료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는데 원인을 알 수 없을 땐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부른다.

이런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기대 생존기간이 2~4년에 불과할 정도로 난치성 질환이다. 항섬유화 치료제인 피르페니돈, 닌테다닙을 활용하지만 한계가 있어 폐이식을 해야 한다.

연구팀이 활용한 에제티미브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 고지혈증, 심근경색 환자에게 주로 사용한다. 최근엔 세포 내 특정 물질이나 소기관을 분해하는 자가포식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효과가 밝혀졌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는 망가진 단백질을 분해해 없애는 자가포식 기능이 떨어져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폐섬유모세포를 분석해 에제티미브가 섬유화를 억제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에제티미브는 세포 생리 현상에 관여하는 특정 효소(mTORC1) 분비를 촉진해 자가포식 기능을 높여줬다. 이렇게 기능이 살아나면 섬유화를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SRF)을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동물실험에서도 이런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람 대상 연구로도 확대했다. 에제티미브를 복용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529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에제티미브를 투여한 그룹은 기존 치료제인 피르페니돈만 투여한 그룹보다 사망 위험이 62% 낮아졌다. 피르페니돈과 에제티미브를 함께 투여한 그룹은 피르페니돈만 투여한 그룹보다 사망 위험이 45% 떨어졌다.

피르페니돈 복용 환자가 에제티미브 복용하면 폐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최대 60%까지 억제할 수 있었다.

이찬호 강사는 "폐섬유모세포에서 자가포식을 활성화시켜 SRF 단백질을 제거하는게 폐섬유증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밝혔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등 후속 연구를 통해 에제티미브의 효과 확인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