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랜드월드 제공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뉴발란스는 매주 월요일마다 ‘월요 러닝클럽’을 운영한다. 임직원들이 직접 자사 제품을 신고 달려본다. ‘러너들 니즈를 이해하려면 직접 달려봐야 한다’는 모토로 2008년 시작됐다. 15년간 월요 러닝클럽을 운영하면서 임직원들 단합을 다지는 계기도 됐지만, 가장 큰 성과는 실제 매출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디자이너·기획MD·마케터 다양한 직무와 부서의 임직원들이 상품을 직접 입거나 신어보며 마케팅 전략을 짜고 발주량을 예측한 덕분이다.

17일 뉴발란스에 따르면 이 브랜드의 ‘퓨어셀’ 제품 라인은 올해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7%나 늘었다.

월요 러닝클럽 멤버인 뉴발란스 신발팀 직원들이 지난해 한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가 슈퍼 레이싱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한 게 효과를 봤다. 대회에 참가했던 신발팀 직원들은 러닝을 하며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피니시 지점에서 ‘러닝화 조사’도 시행했는데, 이를 통해 초보 러너부터 엘리트 선수까지 약 80%가 넘는 러너들이 슈퍼 레이싱화를 착용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퓨어셀 라인은 탄소섬유 플레이트가 적용된 러닝화 라인이다. 추진력이 강점이라 기록 단축이 목표인 중장거리 러너들에게 특히 인기다. 뉴발란스 신발팀은 러닝클럽을 통해 수집한 정보로 최상급 수준의 러닝화 수요가 크게 늘 것을 미리 예측하고 올해 퓨어셀 물량을 발빠르게 확보했다. 일부 이물감과 통기성에 대한 불만을 개선한 점도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편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 남성 사이즈는 출시 현장에서는 ‘오픈런’이 이뤄져 준비 물량이 조기에 소진됐다. 뉴발란스를 전개하는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마라톤 대회에서 슈퍼 레이싱화 니즈를 사전에 확인해 발주까지 빠르게 의사결정한 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러닝에 최근 입문한 뉴발란스 신발팀 직원은 “러닝을 직접 하면서 상품에 더욱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며 “입문 러너의 시각으로 엔트리 라인부터 상위 레이싱화까지 온전히 경험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의류 매출도 늘었다. 올해 누적으로 15% 증가했다. 뉴발란스 의상팀이 러닝클럽에 참여해 러너들이 입은 착장 디자인 유형부터 브랜드, 컬러, 기장, 소재 등을 전수 조사하면서다. 러너들에게 뉴발란스 의류의 부족한 점을 직접 물어보고 상품을 개선하기도 했다. 바람막이, 반팔티, 반바지가 의류 매출을 견인했다. 야간 러너들이 착용한 제품에 주목해 ‘나이트런(NIGHT RUN)’을 주제로 재귀 반사 기법 및 부자재를 적용한 의류 컬렉션 ‘스팟(SPOT)’을 선보이기도 했다.

월요 러닝클럽 멤버인 한 디자이너는 “직접 러닝을 하고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빅 트렌드를 느끼고, 직접 만든 옷을 착용해 보면서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뉴발란스는 ‘연 매출 1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8년 이랜드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기 전까지 뉴발란스는 한국에서 연 250억원 규모 매출을 올리는 중소형 스포츠 브랜드였다. 하지만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2020년 연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9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회사 측은 “신발장에 뉴발란스 신발 한 켤레씩은 있을 정도로 국내시장에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