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영 쇄신 작업이 한창이던 카카오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 경영 정상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자 겨눈 검찰

김범수 구속 위기에…카카오, 쇄신 '급제동'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그를 소환해 20시간여에 걸쳐 밤샘 조사를 벌인 지 8일 만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SM엔터 주가를 인수합병(M&A)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이기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썼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가 2400억원을 동원해 53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는 설명이다. 치솟은 주가에 하이브는 인수 절차를 중단했고,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SM엔터 지분 39.87%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카카오는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 당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 없다”며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주장했다. 영장 심문 과정에서 이 부분을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설명이다.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오는 22일 김 위원장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가릴 예정이다.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은 지난해 10월 이미 기소됐다.

○경영 쇄신 늦어지나

김 위원장의 거취가 불안해지면 경영 쇄신 작업과 인공지능(AI) 신사업 등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부터 고강도 쇄신 경영에 들어갔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제기를 계기로 지난해 10월 불거진 ‘카카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올해 1월 일종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출범했고, 주요 경영진을 교체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최근 6개월간 김 위원장 주도로 자율 경영에서 중앙집권형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데 집중해왔다”며 “당분간 쇄신 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AI 신사업과 관련한 의사 결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카카오 내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AI 분야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지난해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던 카카오의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 코GPT는 1년 넘게 공개가 미뤄지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기능 등에 도입하며 여러 시도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5월 “카카오만의 차별점이 담긴 AI 서비스를 올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지은/정희원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