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미국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세장’을 끝낼 수 있는 위협 요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라도 너무 올라…'조정장 우려' 감도는 월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인도 등 ‘빅4’ 증시는 올 들어 일제히 기록을 갈아치우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각국 벤치마크 지수를 살펴보면 미국 S&P500은 2020년 1월 이후 지난 15일까지 74%, 유로스톡스600과 일본 토픽스는 각각 24%, 68% 상승률을 나타냈다. 인도 BSE센섹스는 같은 기간 95% 넘게 급등했다. 이 같은 급격한 상승으로 조정을 두려워하는 월가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로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거품이 더 커지고 있다”며 “이제 동시에 출구를 향해 달려갈 경우를 걱정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달 초 ‘여름 시즌 우울증’이라는 메모를 통해 “충격 위험이 커졌는데 주가가 채권 대비 올랐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현재부터 미국 대선 사이 10% 조정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장 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는 것은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급등했기 때문이다. S&P500지수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70% 넘게 상승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주가수익비율(PER)은 36배 수준이다.

특히 실질 수익률을 예측하는 지표인 ‘케이프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주식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케이프 수익률이 국채 실질 수익률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어서 시장 분위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미국 증시가 현재보다 50% 넘게 빠져야 장기 평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증시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증시를 하락장으로 이끌 수 있는 위협 요인으로 △지정학적 돌발 변수 △금융시스템 충격 △미국 경제 상황(실적 포함)을 지목했다. 지정학적 돌발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에 따른 관세 정책 시행은 인플레이션율 상승과 함께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동·우크라이나 등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중국의 대만 봉쇄 등 지정학적인 돌발 변수로 인한 조정 시 헤지(위험 회피)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스템 충격을 우려한다. 스튜어트 카이저 씨티그룹 주식거래 전략책임자는 “미국 재정적자가 급증했다”며 “내년 새 대통령이 과세를 검토할 때 취약한 공공 재정이 주목받을 수 있고, 이는 채권시장 붕괴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